brunch

‘마음’ 그림책

마음을 들여다보자

by 꿈꾸는 momo


선생님, 00 이가 저한테 놀렸어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니임~~~

꼬맹이들이라 더 할 수도 있지만, 참 자주 선생님을 찾는다. 혼자서 해결이 안 되어서 도움을 청하는 경우보다는 시도해 보지 않고 쪼르르 달려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이 느낀 불쾌한 감정을 혼자 처리하지 못하고 ‘일러주기’라는 무기를 사용해 대신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친구에게 네 감정을 이야기해 봤니?


일단 그것부터 물어본다.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지 가르친다.


친구가 너한테 그렇게 대해서 어떤 기분이 들었어?


아이가 대답한다.


그럼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해서 기분이 아주 나빴어.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이야.


자기 마음 상태를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누그러진 마음이 된다.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의 감정은 사라지고 담담하게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다. 상대방도 들어주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가르쳐주면 얼른 사과를 한다. 마음이 상한 상태를 참는 것도, 보복의 행동도 좋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체득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것은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며,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먼저, 앤서니 브라운의 “기분을 말해 봐!”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자신의 기분을 알아채고 말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쳤다. 유아들도 이해할 만큼 짧은 글밥과 기분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표현해 놓았다. 성별의 차이로 뚜렷이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섬세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고 표현을 참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비유적 표현으로 마음을 섬세하게 나타낸 그림책, “내 마음은 보물상자(글 조 위테크, 그림 크리스틴 루세)”를 펼쳤다. 여학생들의 호응도가 더 높은 그림책이다. 비밀스럽게 감추었던 마음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공감하는 눈치다. 두 책을 읽어주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다.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활동에 연연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갈 때도 많다.


“마음샘(조수경/한솔수북)”이라는 책을 읽어주고(다소 난이도가 있는 책이라 본다) 들키기 싫은 자기 내면의 모습을 한 번 그려보자고 제안했다. 그림책의 장면 장면들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정도로 끝냈으면 좋았을 뻔했다. 겉으로 보는 모습과는 다른 내면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는 아직 어려운 아이들도 있었으니까. 마음샘에 비친 나의 모습을 동물로 표현해보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내가 의도한 방향과는 달리, 그저 웃기고 멋진 ‘그림’을 나타내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물론 의도에 맞게 따라온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마음’을 다루는 것은 꾸준히 해야 할 과제였다. 아이들의 학습뿐 아니라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감정 신호등을 만들어 게시했다. 행복함, 속상함, 화남의 3가지 감정카드를 만들고 매일 아침 자신의 감정을 신호등에 붙인다. 내 마음을 알아채고,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데 효과적이다.

감정 신호등

그리고 2학기에는 ‘아홉 살 마음사전’이라는 그림책 사전을 반 인원수만큼 주문했다. 운 좋게 독서 지원 공모전에 당첨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을 나타내는 말들을, 아이들이 이해할 만한 상황과 그림으로 묶어 놓은, 사전 형태의 책이다. 같은 책을 같이 읽는다는 것은 깊은 나눔이 있게 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하나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나눈다. 발표라고는 하지 않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다. 누구든 손을 들고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기에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아홉 살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족'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