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람 1

남편의 육아휴직은 그렇게 지나갔다

by 꿈꾸는 momo

주말의 느슨함이 좋았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14개월 쌍둥이 아들 녀석의 끝없는 에너지에 녹초가 되어갈 즈음, 잘 듯 말 듯 칭얼거리던 두 녀석을 하나씩 업고 재우고 나니 2시 45분.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제대로 챙겨 먹은 게 없는데 뭔가 밥상을 차려먹기엔 귀찮다. 라면 하나를 끓이며 계란을 넣어 영양적인 측면을 조금 배려한 뒤 김치만 꺼내 후룩후룩 먹는다. 아니, 아이를 잠재우려던 조바심의 리듬이 가시지 않아 거의 입 속으로 밀어 넣는 수준일 거다. 딱 한 젓가락 남기고 식사를 끝내는 데는 5분도 안 걸리는 것 같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인지 습한 공기에 숨쉬기가 무겁다. 주말이라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려 했는데 에너지가 더는 남아있지 않다.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입가심이 될만한 걸 먹고, 나를 위해 선물한 택배를 뜯어보고, 애정 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외출한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주문해 둔다. 다른 게 필요치 않다. 오늘은 에너지를 보충하고 돌아온 생기 있는 남편이 들고 온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로 충전될 것이다.


3월 복직을 얼마 앞두고 남편은 조금 긴장한 것 같기도, 들떠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활력 있는 움직임으로 돌아온 것 같아 좋게 보였다. 아, 우리의 치열했던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생기 있는 남편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듣는다. 여전히 주말은 길겠지만 이제는 좀 달라지겠지?

남편이 함께 육아휴직을 했다

호기롭게 육아휴직을 선언하던 남편이었다. 어떤 이는 그의 용기를 지지하며 칭찬했고 어떤 이는 오히려 베이비시터를 쓰는 게 낫지 않겠냐고 조언을 했다. 아프게 컸던 첫째의 경험이 있기에 육아의 흐름을 앎에도 쌍둥이 육아는 역시 생소했다. 긴장된 마음이 일었다. 세 개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특별한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몇 가지의 선택지를 두고 따져 묻기를 반복했고 결국은 남편의 휴직으로 기울어졌다. 같이 휴직을 한다는 것은 사실 가정경제에 어마어마한 손실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해서였다. 부부가 같이 육아를 하는 장면이 어쩌면 멋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숨 막힐 듯 치열했다.

어떤 주말, 세 아들

어떤 주말이었다. 아직은 이 날 이후로 더 심각한 날은 없었으니 생애 최악의 날이라 기억된다.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경보가 뜬 날이기도 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친정에 갔다가 오는 길, 조금 우는가 싶던 둥이들도 잠잠하더니 세 아들이 카시트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별 것 아닌 일로 서로에게 예민해져 있던 나와 남편은 말없이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잠결에 내린 아들 셋이 울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달래면 그만 이었겠으나 울음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진 남편은 한 명을 안고 달래다 결국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남편은 죽을 듯 소리를 지르더니 그냥 바닥에 쓰러져버렸고 아빠 품에서 떨어진 아이는 다시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징징대는 큰 아이는 방치, 내 품에 있던 아기를 내려놓고 우는 아기를 달래니 내려놓은 아기가 다시 울었다. 순간 네 남자를 두고 나가버리면 어떨까 했다. 마음을 추슬렀다. 둥이를 차례로 목욕시키고 수유를 하고 큰 아이 옷을 갈아입혔다. 달래진 아이를 번갈아가며 토닥거려 눕혔지만 한 녀석은 누워서 잘 생각이 없다. 다행히 별 투정 없이 내 손을 만지며 한 녀석이 잠이 들고 한 녀석도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거실엔 자고 있는 아빠 옆에서 동영상을 보며 기다리는 첫째가 있다. 김에 싸서 밥을 먹였다. 배가 고팠는지 더 달란다. 정리하고 같이 누워 재잘거리다 잠이 든다. 네 남자가 잠든 밤, 나는 그 날 몹시 외로웠다.

누구나 같은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육아는 남편에게 정복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파고들어 해결하고 전력질주의 에너지가 끝나면 푹 쉬어줘야 하는 성격에 육아는 어울리지 않았다. 예정대로 돌아가는 육아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장 어느 구간을 뚝 떼서 맡겨버리겠지만 육아가 감히 그렇던가. 틈만 나면 기저귀를 갈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끝나지 않는 이 과업에 남편은 급기야 3일 만에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며 나가떨어졌다. 결국 남편은 신경과민 증세를 보이면서 힘들어했다. 우리는 결국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 그 시간이 흘러 남편이 복직한 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정말로, 다시 하지 못할 경험을 한 시간이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의, 바닥의 바닥을 보며 아프게 이해했던 시간. 남편은 주위의 누군가가 자기처럼 휴직을 할라치면 잘 생각해 보라고 권고한다. 하하. 나도 동반휴직은 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