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싸 먹는 이야기
선생이 되고 나서 확실한 ‘우대’의 기분이 들었던 것은 급식소에서 나오는 밥과 반찬의 양이다.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아이들은 환호하지만 정해진 양만큼만 먹을 수 있다. 딸기 같은 과일은 한 두 알 식판에 얹힌다. 하지만 그 맛있는 것을 선생에게는 수북이 쌓아준다. 난 그게 황홀하기도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어떤 아이가 왜 선생님들만 맛있는 걸 많이 먹느냐고 질문하더라. 그랬더니 옆에 있던 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는 걸 들었다. “야 이 녀석아, 난 급식비를 내잖아.” 참 재치 있는 대답이다 하고 옆에서 킥킥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쌈야채와 오리불고기가 나왔다. 한입에 우겨싸 먹어야 하는데 다행히 창가를 바라보며 구석에 앉았다. 아이들은 보통 식사시간 5분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아이도 금방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나는 창밖에 나뭇가지에 비껴 앉은 햇살을, 그리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가지들을 바라보며 머잖아 저 가지에도 새순이 돋겠구나 생각을 했다. 아직도 얇은 내의를 입고 목까지 올라오는 니트를 껴입은 나는 살기 위해서, 약간은 억척스럽게 상추에 불고기를 한가득 넣어 쌈을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요 며칠 계속 소화가 안되어 더부룩한데도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그냥 맘껏 먹고 싶어서 욱여넣었다. 나중에 어찌 될 값에. 내가 잘 먹고 건강해야 가르치는 애들한테도 힘 있게 말하고 힘 있게 도울 수 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어디 현실은 그렇던가. 아이들이 있는 곳에 교사가 없었다가 무슨 사고라도 일어나면 난리가 난다. 게다가 근처에서 행주를 들고 서성이는 여사님들이 내 눈치를 본다. 얼른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 다 먹지 못한 야채들을 고스란히 들고... 오늘 잔반통에는 초록색 잎들이 오글거리고 있겠다. 이것이야말로 에너지 낭비다. 못 다 채운 점심시간의 에너지로 또 에너지를 쏟으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