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과정
봄햇살이 보기 좋게 내려앉은 담벼락에 까만 애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었다. 보기 힘든 장면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당벌레의 애벌레들이다. 아니 번데기인가. 애벌레와 번데기의 모습이 너무도 비슷하여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막 허물을 벗고 나오는 점무늬 없는 무당벌레의 탈피에 번데기가 맞겠다 싶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개는 될 것 같은 생명체에 나는 흠칫 놀라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별로 사랑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투박하고 시커먼 것들이 모여서 죽음을 닮은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게.
그 음산하고 볼품없는 껍데기에서 투명에 가까운 노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나오는 무당벌레 한 마리. 젖은 듯 보이는 한쪽 날개의 떨림은 봄바람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바스락하고 없어질 제 몸 껍데기에서 나오는 생명체의 아름다움이란. 무릇 모든 생명체는 탈피의 과정을 거치듯 위태로운 성장의 과정을 겪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기 위해서는 처절하게 아프고 위험한 순간을, 죽음 같은 침묵의 순간을 견뎌야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