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니 살아있다니
이곳에 이사온지가 15년쯤 되었나. 손바닥만 너를 얻어와서 잊을만할 때 물이나 줬던 게 다였다. 꽃을 키워보겠다고 화분을 들여놓고 궁상을 떨다가도 어느샌가 죄다 말라 죽이곤 했는데 그 와중에도 살아남던 게 너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키우고 몸이 아프고, 내 몸하나 건사하기도 벅찬데 식물은 사치였다. 사는지 죽는지 그것도 모르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가끔 그곳에 시선이 갈 때면 아직도 푸른 잎이 있구나 너를 신기하다 생각했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난 것 같다. 물 한번 주지도 않고 말이다.
아이들이 제법 컸다. 자기가 심은 토마토라며 유치원에서 들고 온 작은 화분에는 아이들 손 한 뼘쯤 되는 토마토 모종이 심겨있었다. 조만간 말라 죽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이제는 흙을 엎지도, 손으로 망가뜨리지도 않고 매일 곰살갑게 들여다보는 아이들. 그리고 그 마음을 아는지 쑥쑥 자라는 토마토는 분갈이가 필요할 정도였다. 무언가가 자라는 공간이 되다니... 왠지 한발 더 나아간 느낌이 든다. 아이들의 정성에 박자를 맞추니 몇 주 사이 작은 식물원이 생겼다. 저희들끼리 식물원 여는 시간도 정하고 역할을 나눠 식물을 돌본다. 그러더니 언제 보았는지 구석에 처박혀 마른 잎만 떨어뜨리고 있던 너를 찾아들고 왔다.
너는 참 흉측했다. 이미 제 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잎들은 화석처럼 굳어있었고 남은 잎은 붉은빛을 띠며 말라있었다. 손가락 하나만 갖다 대면 똑하고 부서질 것 같았다. 버리자는 내 말에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참 신기하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도톰하고 푸르게 살아난 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윤기 나는 얼굴로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네가. 반전이 따로 없다. 나도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