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려버렸다

17586

by 꿈꾸는 momo

아직 많이 아프지 않을 때 기록한다.

코로나 확진 1일 차: 열감이 느껴진다. 목구멍을 사포로 문지른 듯 따갑다. 음식물이 넘어가도 할퀴는 것 같다. 귤을 먹는데 월계수 잎 맛이 났다.


양성 판정을 받고 혼자 격리되어 자던 꼬맹이가 하룻밤은 열에 지쳐 자더니 어제는 자다가 깨서 무섭다고 울었다. 고열을 떨어뜨리려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며 다독거려 재웠다. 밤잠을 설치며 깜빡 잠이 드는데 목안이 까슬까슬하다. 이상한 꿈을 꾸며 애쓰는데 아이가 일어나 똑똑 문을 두드리며 나를 깨웠다. 컨디션이 별로였다. 간밤에 아이의 고열과 씨름하며 오늘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자가 키트로 검사하니 나는 음성.


무거운 몸으로 꼬맹이를 데리고 병원을 갔다 오니 한 녀석이 또 목이 막힌 것 같다한다. 다시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목이 영 안 좋아서 나도 같이 진료나 받을 겸. 증상이 수상하다며 검사를 하니 양성. 덩달아 아이도 양성. 우리는 느닷없이 코로나 환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확진자 수가 17586으로 125일 만에 최다란다. 17586이라는 숫자 속 한 명으로 분류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이 사건은 엄청난 인생의 고비가 되기도 하겠지. 엄청난 고비 속에서도 어떤 숫자로 분류되겠지...


내게 닥친 이 사건이 고비가 아니라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누워있다가 두 번 수면의 단계로 어지럽게 서성이다 첫째의 부르짖음에 눈을 뜬다. 엄마 엄마 일어나. 문밖에는 아직 음성인 첫째가 혼자 잠을 자지 못하고 운다. 17586명 중 한 명의 인생이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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