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제대로 글 쓰지?
"글을 쓰는 사람은 끝까지 자기감정을 숨기고 몰아붙이는 집요함이 있어야 해. 그런 긴장감이 자기 글에는 없지. 읽기는 편하지만 뻔하고 한방이 없어."
남편이 이야기했다. 브런치를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은 누군가의 구독자가 8000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브런치 글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 내게 찬물을 끼얹는다. 아니, 미지근한 물인가? 그의 말이 얄밉기도 하지만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인지라 그냥 입술만 삐죽 내민다.
언제나 설렁설렁. 할 수 있는 만큼만. 난 그렇다. 어떤 작가처럼 정해진 시간에 모든 일상을 던져버리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글을 쓸 만큼의 의욕이 없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한 시간이라도 집 근처 카페에서 자신의 글을 쓸 만큼의 집요함이 없다고 해야 하나?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평가하며 쉽게 뱉는 그 '절박함'이라는 단어가 나는 '학대'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 꼭 절박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이러니까 뻔한 이야기만 주절거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TV 시청시간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역시나 내 뉴런은 집요하게 글 속으로 집중하지 못한다. 썼던 글들을 좀 더 다듬고, 목차를 구성하고, 브런치 북을 하나 완성해야지 했던 다짐은 언제 실행될지 나도 모르겠다. 껍질을 다 벗긴 귤을 바닥에 두고 하나씩 떼먹는 아이에게 '귤껍질을 다 뜯어내지 않고 접시처럼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가, 아이 기침 소리에 '아차, 점심 약을 안 먹였네.'하고 엉덩이를 뗀다. 첫째가 보는 영상에서는 "말 그대로 쓰레기라고~!" 하는 대사가 흘러나온다. 장화 신은 고양이 이야기에 귀와 눈이 쏠린다. 이러다 또 하루가 가겠다.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결국 제대로 된 글을 못쓰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따뜻한 밥을 지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