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집으로 가는 길

by 꿈꾸는 momo

두통을 안고 조퇴를 했다. 어제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며 몇 분 힘을 줬기로서는 어깨와 목 근육이 뻐근해지며 두통까지 이어졌다. 체력이 바닥임을 증명한 셈이다.


아무래도 필라테스 끊어야 할까 봐. 새벽반 있는 데가 있는데 이거 할까? 6시.


헉. 가능하겠어?


안 그러면 저녁시간은?


그냥 기다렸다가 스포츠센터에 등록하지?


남편과의 카톡대화는 여기서 중단된다. 스포츠센터는 저렴한만큼 수요가 넘치고 매월 말일에 재빠르게 신청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아이들을 돌볼 상대의 동의 없이 내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아직 말일이 되려면 한참 남았다.


오는 길에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다. 이어폰을 꽂은 채 운동복 차림으로 돌고 있는 몇몇 아주머니가 보였다. 같은 방향을 보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열에 합류했다. 한 바퀴 돌았는데 살짝 열기가 느껴져 껴입은 외투를 벗었다.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좀 더 돌고 가도 될 거 같았다. 아차 근데 오늘 저녁에 뭐 먹지? 생각의 전환에 몸은 이미 집으로 향한다. 며칠 전 사놓은 감자로 볶음도 하고 전을 부쳐야겠다. 피곤하다고 치킨을 시켰던 어제저녁 메뉴에 둘째의 눈 주변이 부어올랐던 걸 생각하면 오늘도 바깥 음식으로 끼니를 연명하는 것은 왠지 죄스럽다.


아파트 외벽 도장이 한창이다. 외벽에 줄을 매달고 작업을 하는 인부들을 올려다본다. 쒸익. 분사되는 페인트 소리가 여러 동에서 들린다. 아파트 화단의 식물들이 페인트로 뒤덮여 허옇게 말라죽은 것처럼 보인다. 저 페인트의 미세한 분자들이 지금 내 몸을 덮겠구나 싶다. 바람을 타고 들어온 페인트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눈앞에서 분사되는 페인트에 입고 있던 작업복이 온통 하얀 얼룩으로 도배된 저분들의 하루는 어떠했을까. 내가 출근할 때 벌써 작업 준비를 끝내고 커피 한잔을 들고 각자의 자리로 이동하시던데... 찬 공기 사이로 풍기던 달큼한 믹스커피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졌던 아침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이제 곧 일이 끝날 시간이라는 사실이 이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괜히 선한 마음이 되어 그들의 안녕을 기도한다. 타인의 안녕이 곧 나의 안녕이라도 될 듯. 모두가 안녕한 하루가 딱 하루만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연다. 두통을 끌고 온 제2의 일터. 왜 이 공간이 쉼터가 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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