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15분

잠에서 깨다

by 꿈꾸는 momo

새벽 3시 15분. 막혔던 하수구가 뚫리는 것처럼 위장이 꾸륵꾸륵 뚫리는 소음에 정신이 들었다. 아침잠에서 깬 것처럼 가뿐히 일어났다. 사방이 고요했으나 살짝 열린 암막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조명은 밝았다. 벌써 아침인가 보다 생각했다.

어제 읽었던 공지영 소설, '할머니는 죽지 않았다'의 문장들이 살아서 주인공의 숨소리가 내 귀에서 쌔근쌔근 댔다. 할머니의 요망한 눈빛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책을 학교 책상에 두고 왔다. 거실로 나왔다. 얼른 출근 준비를 해야지. 그러다 시계를 보았다. 앗... 짧은바늘이 3에 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침실로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거실 탁자 앞에 앉는다. 조나단 에드워즈와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이 아닌 '부자의 언어'와 '협상의 기술'같은 책이 책상 위에 있다는 게 너무 낯설다. '진짜 부자는 다음 세대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공지영 소설에 나오는 요망한 할머니라면 그의 변화를 기꺼이 환호할까. 요망한 할머니에서 요망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떠올리다가 잠시 눈을 비빈다. 그리고 언젠가 만났던 무당 할머니의 소름 돋는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했던 기억에 바르르 몸을 떤다. 지금이라도 양배추와 당근, 브로콜리를 데치고 해독주스를 만들어볼까 생각해보지만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숫자가 비현실적이다. 훈련된 뇌의 신호인지, 갑자기 잠이 쏟아진다. 요망한 할머니가 나를 이리 깨웠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