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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학교

아이의 글

글로 주고 글로 받다

by 꿈꾸는 momo

국어 '4. 겪은 일을 글로 써요' 단원. 1학기 때 글쓰기 단원에서 훈련을 한 터라 자기가 쓰고 싶은 주제를 잡아 글을 써 보라고 했다. Input이 있어야 Output이 가능한 법. 나는 글쓰기 지도할 때 좋은 글을 찾아 먼저 읽어주는 편이다.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내는 글들은 아이들과 관련된 경험을 쓴 글이라 종종 내가 쓴 글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얼마 전 아이들이 피구하는 장면을 관찰하고 썼던 글을 읽어주었다. 조용~


나는 이 침묵이 아주 좋다. 누군가 내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뿌듯함에서 일까. 교사라서 행복한 경우를 이야기해보라면 아이들이 온전히 무언가에 '같이' 집중되어 있다는 일체감을 확인할 때다. 잠자는 아이가 천사 같다는 부모들의 고백처럼 이 순간만큼 아이들은 천사같이 사랑스럽다.

글을 읽어주고 나면 곧바로 아이들에게 수행과제를 던진다. "자, 이제 자기가 쓰고 싶은 주제들을 떠올려 글을 써볼까?" 주제를 주기도 하지만 이날은 스스로 글감을 찾기로 했다. 10분여 동안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정말 좋다.


이날 우리 반 먹보 규민이가 쓴 글을 읽고 감동이었다. 내가 글을 읽어줄 때 아이들이 얼마큼 받아들이는지 알지도 못하고 읽어주는데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읽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목: 선생님이 글을 읽어줄 때


선생님은 어떤 날에 선생님이 쓰신 글을 읽어주신다. 선생님이 대단하신 느낌이 든다. 선생님이 쓴 글에서 그때 감정과 기분이 생각난다. 글을 쓰시는 것보다 읽는 게 더 실감 난다. 생각하면 그 글의 장면과 생각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기분이다. 난 선생님이 글을 읽는 걸 좋아하고 기대가 된다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 반에서 진정한 작가이시다. 우리가 생각 못한 때 보고 생각해 글을 쓰신다. 그 짧은 시간에 멋진 글을 쓰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다. 선생님은 글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글을 쓰는 거라는 생각에 선생님께 감동을 먹는다. 언제나 글을 쓰시고 읽어주시는 선생님이 소중하다.


뭐, 중간중간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장난기 많은 규민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감동이었다. 선생님이 소중하다는 마지막 문장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이번 주는 이 감동을 껴안은 채 살았다. 결국은 내 만족 일지 모르지만 이런 만족은 교사생활 내내 충만하게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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