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안간힘

by 꿈꾸는 momo

마의 11월이다. 안간힘을 쓰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누렇게 말라가는 나뭇잎들처럼 애가 쓰여지는 계절이다. 이쯤되면 아이들이 말을 안 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교사와 방학이 언제일까 날짜만 세고 있다는 교사들이 많다. 수업 준비할 에너지가 없어 어떤 수업은 일방통행이 된다. 아, 정신 좀 차리자 하고 너무 바짝 긴장의 끈을 조이면 몸에 탈이 나기 일쑤다.

이런 빈틈을 비집고 아이들은 서로 너무 붙어있다. 붙어 있어서 싸움이 잦아진다. 어제만 해도 두 건의 싸움이 있었고 두 건의 사고가 났다. 말도 많다. 눈치를 보며 말을 골라내던 아이들의 말이 체에 걸러지지 않은 채로 튀어나온다. 하고 나서 움찔거리는 아이들의 눈빛, 그걸 알면서도 감정이 덜컹거릴 때도 있다. 11월이지 않은가. 알만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서로의 빈틈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재잘거리게 되는... 한숨 내쉬고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지만 때로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가시돋는 말을 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내가 제일 고민스러운 부분은 아이들의 늘어진 태도보다는 가르침의 방향에 있다. 좋은 것을 많이 들려주고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고 싶은 내 욕심이 아무 성과도 없이 보이는 것 같아, 왠지 실패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제 22년도가 두달도 안 남았는데 독서시간은 부산스러우며, 제대로 책을 읽는 것 같은 아이는 몇 명 안 된다. 얼마전 한 학부모님이 '학습에 신경쓸 학년인데, 왜 책을 읽어주냐'며 따지듯 묻는 물음이 오랫동안 신경을 날카롭게 한 이유도 사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학습 성장이 보이지 않는 일련의 활동들 때문에 나 스스로도 위축되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차피 공교육은 하향평준화 되어 있어 공부 좀 하는가 싶으면 빨리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말, 학교는 교우관계나 인성을 배우는 곳이지 학습을 신장시키는 곳이 아니라는 말, 우리 아이는 시그마를 공부하고 있다는 초2학년 엄마의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배움과 가르침 사이에서 존재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눈 앞에서 목격할 때 오는 절망감.

어떤 아이에게는 자극제가 되고 성취감을 주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반복적 실패의 경험이 되는 시험형태의 활동 속에서도 나는 어떤 아이들의 시무룩한 표정에 마음이 슬퍼진다. 도대체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그리고 교사는 왜 필요한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모든 것을 아는 완벽한 사람이 아님에도, 먼저, 그저 먼저 살아 왔기에 너희들에게 길을 가르치는 안내자일뿐이라고, 그렇게 되뇌이지만 이 길에 아무도 남지 않을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이 길을 떠나고 싶어 하는 거겠지... 11월의 하늘은 높고, 이 와중에도 내 눈을 피해 다른 친구에게 장난을 걸고 있는 아이는 내가 자기를 쳐다보는 줄도 모르는 채 숨죽여 깔깔 거리고 있다.


-아침독서 시간 20분, 선생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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