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한 위로
최강한파. 결항. 방학에도 쉼 없이 달린 나의 일정에 마지막 선물로 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었다. 둥이들은 처음 타는 비행기라 손꼽아 기다리던 여행. 오늘이 출발하는 날이었다. 못 갔다. 쌌던 짐을 다 풀고 마음도 풀어야 했다. 아이들에겐 좋아하는 레고로 보상했다. 아이들은 로켓배송을 기다리며 반나절을 버티더니 배송완료와 동시에 로켓처럼 환호하며 택배를 집어왔다. 열심히 조립하며 반나절이 지났다. 아직도 거실은 레고 부품과 정리 안된 물건들로 어수선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참 빨리 돌아서고 빨리 새 놀이에 적응하는구나 싶다.
나는? 문집작업을 위해 시간을 벌었다는 안도감은 잠시, 꼼짝없이 세끼를 챙겨야 했고 빈 냉장고에 반찬을 만들어 넣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책이라도 읽을라 치면 부품이 안 끼워진다 도와달라 찾아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뭘 또 그리 보고 싶은지 내 무릎으로 비집고 온다. 왜 침대와 한 몸 된 남편은 찾지 않는 것인가. 점심식사를 마친 나는 아파트 계단을 12층까지 씩씩대며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속도조절을 못해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장이 날뛰었다. 20층까지 세 번은 걸어줘야 내가 떠난 시간이 좀 티가 날 텐데, 나의 부재를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반응하길 바랐던 작전도 무산되었다. 문을 열었을 땐 모두 각자의 할 일에 열심.
생선가스와 카레덮밥으로 저녁식사를 물리고 나서도 괜한 허기가 몰려온다. 콘푸레이크를 우유에 섞어 바삭바삭 씹었다. 소리가 경쾌하다. 조금은 위로가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