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학교

3월 1일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

by 꿈꾸는 momo

3월 1일은 삼일절이라는 국가지정 휴일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3월 2일 전날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면, 학생이라면, 교사라면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 날은 기나긴 가정보육에 지친 부모에겐 해방직전의 기쁨으로 충만한 하루일 것이며 한 학년을 올라가 새로운 교실로 가야 할 아이들에게는 살짝 떨리는 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6년을 학교라는 곳을 다닌 나 역시 이날은 사뭇 다른 마음이다. 학교가 전쟁터 같이 여겨지는 시절을 지내고 나면 전쟁에 대비해 총알을 장전해 놓는 군인의 마음처럼 비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얼었던 땅이 녹아 싹을 피우듯 희망으로 가득 차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부드러워진다.


빽빽하거나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고 이 휴일을 조금은 차분하게 보내게 되는 이유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부담감과 기대, 두려움의 감정들 때문일 것이다. 분명 쉽지만은 않을 한 해를 시작하며 마음의 첫 단추를 여미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그래서 우리는 다시, 새해다.


나는 올해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가는 열차를 탄 해리포터처럼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서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스물다섯 명의 이름을 떠올리며 어울리는 얼굴을 마법처럼 그렸다 지웠다 한다. 늘 반복되고 지루한 학교가 아니라 좀 마법같이 반짝이는 일들이 가득하면 좋겠다.


무기력한 아이를 만나거나, 공격적인 아이를 만나거나, 슬픈 아이를 만나거나, 학부모의 불신과 마주치더라도 마법처럼 이길 힘이 지금 이 순간에는 충만해 있는 것이다. 3월 1일은 그런 날이다.




선생님은 A반을 집었어.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인연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3개의 봉투 중에 하나를 골랐고 거기에 너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 반가워, 얘들아~!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선생님은 3월 2일이 새해 첫날인 것 같아. 때로는 전쟁터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처럼 비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봄을 기다리는 새싹들처럼 부드러운 마음이기도 해. 작년에 어떤 마음으로 한해를 보냈는지에 따라 3월을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씩 다르지.

올해, 선생님은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기다리는 해리포터와 같은 마음으로 너희들의 기다린단다. 상상 못할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예감? 뭐, 그 일이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학교가 심심하고 불편한 곳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곳이길 바라는 마음이야. 우리 모두에게 마법 같이 반짝이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때, 너희들의 지금 마음은?





* 1년이 지난 후 다시 이 글을 본다. 아, 처음 설렜던 마음으로 시작했던 마음이 다 쪼그라질 만큼 힘들었다.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너무 긴장없이 섰다. 조금은 거리를 둬야한다. 그게 맞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집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