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블럭처럼 틈없이 단단하게 4월을 살아냈다 싶었는데 5월이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한놈이 열이 나고 좀 떨어진다 싶으면 또 한 놈이 열이 났다. 오한과 갈증, 고열에서 뒤척거리는 아이를 수발하는 일은 이제 익숙하지만 잠을 못 자 쌓이는 피로는 어쩔 수가 없다.
아이를 맡길 곳에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인가, 하필이면 왜 황금연휴인가... 아이의 열이 오락가락 하는 동안 내 마음도 오락가락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에 아이 셋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 발디딜 틈 없는 병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보았다. 열이 나서 쳐지는 아이를 안고 있으니 체온계는 39.7을 가리키고, 한 녀석은 심심함에 몸을 비튼다. 첫째는 다리를 부딪히는 동생 녀석의 불편한 만행에 노기어린 목소리를 뿜어낸다.
오늘도 계속이다. 비도 계속이다. 나도 기계처럼 계속 나를 돌린다. 살아있는 것은 그래도 계속 계속 뭔가를 반복한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 한 형제의 죽음때문에, 아무것도 말도 할 수 없었던 몇 주의 시간들이 또 이렇게 지나간다. 살아있는 것들은 또 이렇게 그냥 살아간다. 남아있는 가족들이 너무 오랫동안 슬픔 속에 잠겨있지 않기를, 그 마음으로도 그냥 조심스럽다. 언제 연락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