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이

by 꿈꾸는 momo

도롱이를 만난 날

3월 중순쯤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할머니 집 인공배수로에서 올챙이를 건져 올린 것이. 낳을 데가 없어서 그랬는지, 빗물에 떠내려 온 건지 몰라도 올챙이가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시궁창 같은 곳에서 꼬물거리는 올챙이가 신기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양쪽 아가미 옆에 몇 가닥의 잔털이 나 있었다. “징그러.” 무심결에 나온 나의 첫마디에 아이는 “귀여워.”라며 반격했다. 기후변화에 적응한 변종인가? 영화 ‘괴물’에서 나오는 괴생명체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고 검색을 했다. 놀랍게도 도롱뇽 올챙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생이었다.(도롱뇽은 올챙이가 아니라 유생이라고 한다 했지만 우리는 계속 올챙이라고 불렀다.)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던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폴짝거렸다. 당장 이 진귀한 올챙이를 집에서 키우고 싶어 안달이었다. “보호종이라서 함부로 채취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생명을 키우는 수고가 결국 내 몫으로 돌아올 것 같은 예감에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어차피 여기 있으면 죽을 게 빤한데 내가 보호해 주는 게 더 좋은 거 아닐까요?” 하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이의 눈과 마음은 이미 올챙이와 함께 종이컵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정말, 1 급수에 산다는 도롱뇽이 살만큼 물이 깨끗하지도 않았고, 손바닥만 한 물웅덩이는 곧 마를 게 빤했다.

“아이그 총각, 여기서 뭐하시요?” 배수로 옆 밭고랑에서 서성이던 왕할머니가 반갑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셨다. “할머니, 저 이거 키우고 싶어요.” 아이가 종이컵에 담긴 올챙이를 할머니 눈앞에 들이밀었다. 평소 같았으면 든든한 지원군이었을 할머니는 그걸 보자마자 손사래를 치셨다. “아이고, 안 돼. 당장 버려. 집에서 벌레 키우는 건 안 되는기라.” 아이가 도롱뇽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할머니는 알아듣지 못했다. 꼬물거리는 작은 것이 할머니 눈엔 벌레로 보였나 보다. 왕할머니의 응원을 기대했던 아이는 금세 실망한 표정이 되어 입 꼬리가 내려갔지만, 내 입 꼬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벌레는 키우는 거 아니라.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고 요거는 버리는기라.”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는지 할머니는 얼른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셨다. 아이에겐 큰 미끼다. 이렇게 사건이 종료될 거라 믿었는데 웬걸, 아이는 어찌 된 일인지 할머니께서 내밀고 계신 용돈도 받지 않고 눈물만 떨구었다. 소리 없는 눈물은 강했다. 결국, 집에 가서 조금 관찰하다가 동네 하천에 놓아주기로 하고 실랑이를 마무리했다.


생명을 돌보는 마음

집에 도착한 아이는 성체가 될 때까지만 자신이 돌봐주겠노라며 곤충사육장에 물을 넣고 올챙이를 풀어줬다. 까만 점이 꼬물거리는 듯 움직였다. 그래... 나는 그 작은 생명을 쳐다보며 이름은 나중에 지어주자고 했다. 이름이 생기면 못 보내줄 것 같아서였다. 솔직히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아이는 얼른 올챙이 먹이부터 알아보았다. 작은 벌레들을 먹는 올챙이에게 매일 벌레를 잡아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 장구벌레 파는 게 있는데? 올챙이일 때 이걸 먹이고 크면 밀웜을 주면 된대.” 장구벌레를 사다니... 어릴 때, 더러운 물에서 오글거리며 서식하던 장구벌레들이 떠올리며 난색을 표했다. “아니, 엄마, 내가 다 할게요. 내 용돈으로 사서 내가 다 먹이고, 내가 다 할게요.” 난 모르겠다 줄행랑을 쳤고 아이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냉동 장구벌레 구입에 성공했다. 난 그 냉동 장구벌레 캡슐이 냉동실에 들어가야 하는 게 영 못마땅했다. 나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지치지 않고 녀석을 돌보았다. 냉동 장구벌레를 해동시켜 사육장에 넣는 일, 더러워진 물을 갈아주는 일도 혼자서 척척 해냈다. 음지를 좋아한다는 도롱뇽을 위해 그늘진 책상 아래에 채집통을 놔두고는 학교 다녀오면 녀석을 관찰하러 책상 아래부터 기어 들어가는 아이. 아이는 한참을 조용히 지켜보고 나서 자기가 본 것을 가족들에게 공유했다. 동생들이 오면 “얘들아! 오늘 올챙이가...” 아빠가 오면 “아빠! 오늘 올챙이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언제나 경쾌했다. 엄마, 올챙이가 커졌어요. 먹는 양이 많아졌어요. 엄마, 앞다리가 나왔어요. 뒷다리도요! 어느새 녀석의 이름은 ‘도롱이’가 되어 있었다. 아이는 도롱이의 평균 수명이 10년이니 자기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친구가 되겠다며 즐거워했다. 얼른 보내주기로 한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도롱이가 남기고 간 것

어쨌거나 도롱이는 날이 갈수록 먹는 양이 많아졌고 쑥쑥 잘도 컸다. 도롱이가 숨는 곳을 좋아한다고 해서 돌멩이도 넣어주고 작은 화분에 흙을 넣어서 꾸며주었다. 그런 도롱이 집은 제법 아늑해 보였다. 3개월쯤 지난 어느 날, 도롱이가 뭍으로 올라왔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 놀라 탄성을 질렀다. 나도 아이처럼 쫓아가 채집통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가미가 아닌 폐호흡을 시작한 증거라니! 귀엽다, 나도 갖고 싶다, 겨울왕국 2에 나왔던 불의 정령 도마뱀을 닮았다, 저마다 한 마디씩 감탄의 말을 쏟아냈다. 도롱이는 이제 물에서 나와 화분의 모래에 안착했다. 사육장 뚜껑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바람에 아이가 한참을 찾기도 했다. 이제 더 넓은 곳으로 옮겨줄 때가 된 것이었다. 아이는 차곡차곡 모은 용돈 38,000원으로 도롱이의 사육장을 살 거라 검색을 했다. 그런 아이 곁에 다가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집에서 키우면 도롱이가 더 힘들 수도 있어. 이제 많이 컸으니까 자연으로 보내주자.” 아이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단박에 입과 눈꼬리가 처졌다. 하지만 도롱이를 위해서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는지 며칠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말에 도롱이를 방생하러 근처 하천에 가기로 약속했다.

다음 날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나에게 눈물이 가득 맺힌 아이가 달려왔다. 아이는 발개진 눈으로 울먹이며 말을 했다. “엄마, 도롱이가... 사육장에서 빠져나와서... 안 움직여. 내가 다시 넣어줬는데 안 움직여.” 아이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울음 때문인지 도롱이 때문인지 마음이 찌릿했다. 애당초 곤충 사육장이었던 사육장의 작은 틈새로 도롱이가 기어 나왔던 모양이었다. 나와서 돌아다니다 몸이 말라죽은 것 같았다. 그런 도롱이를 다시 물에 집어넣어준 아이의 마음이, 다시 움직이길 바라며 한참을 바라봤을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는 한참 동안 내 품에 안겨 도롱이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이는 결국 도롱이를 물이 아닌 땅에 묻어 주었다. 양지바른 화단에 도롱이를 묻고 흙을 덮어주는 일조차 아이는 혼자서 감당했다. “이제 다시는 무언가를 키우지 않을 거예요.” 아이가 말했다.

이전 14화차마고도(茶馬古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