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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momo Jul 12. 2023

그네

텅 빈 그네가 반갑다

텅 빈 놀이터라 그렇다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에

잠깐 아이가 되어도 좋을 시간.

잠깐 아이가 되어 보는 시간.


공기가 움직이지 않고

그네가 움직여 바람을 만든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그네가 움직여 풍경을 만든다


아파트 고층 벽에 적힌 숫자와

새 잎이 자란 나무도 보인다

바닥에 흩어진 비비탄 총알과

슬리퍼 밖으로 빼꼼히 내민 내 발가락도 보인다.


내가 움직이지 않지만

내가 움직이고 있다

내가 살아있지 않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다


죽은 것들을 살아나게 하는 힘이

그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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