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고 나흘째다. 독수리 오형제처럼 뭉쳐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혼이 나간 채로 1학기를 보냈던 나로서는 개학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좀 더 단호하게 하지? 너무 착하게 해서 그런 거 아니야? 결국 내가 만만해서 아이들이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교실 밖에서 사고를 치는 아이들의 반복되는 행동은 결국 교사의 '역량부족'이 원인이 된다. 교사의 노력이나 교실 안에서의 상황 같은 건 뒷전이다. 그 소리가 참 듣기 싫다. 어쩌면 반은 맞는 말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오은영이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부딪혀야 하는 일이다.
심호흡.
더 촘촘하게 계획하고 더 촘촘하게 다가가기로 했다.
좀 더 분명하게 예고하고 좀 더 분명하게 끊어주기로 했다.
좀 더 계획된 수업을 하고 좀 더 가까이 있기로 했다.
괜찮다. 제법 괜찮게 며칠을 보내고 있다. 늘 뭉쳐서 늦게 줄 서는 아이들 옆에서 급식을 먹으러 같이 가고, 옆자리에서 같이 먹었다. 잘 안 되는 건 옆에서 도와주고 잘하면 한 번 더 칭찬했다. 방해행동에 대해선 기다리지 않고 바로 끊어줬다. 좋은 분위기로 끝까지 이렇게 잘 가주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 와서도 다음 날 수업 준비로 빽빽한 메모들. 9시만 되면 아이들과 함께 잠들기 일쑤인 내게 우리 첫째가 말한다.
"엄마, 많이 피곤하지? 내가 오늘 라면 끓여볼까? 내가 오늘은 다해 줄게." 한다.
아이의 첫 라면요리를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교실의 아이들에게 쓰는 마음과 준비의 반만큼만 움직여도 우리 아이들이 더 즐거울 텐데, 갑자기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라면이 불었는데, 참 맛있다. 눈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