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이 되면 굉장한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
“우와!~ 이제 곧 학교 가겠네!”
만나는 어른들마다 나를 보면 그렇게 반가워했다. 학교를 간다는 이유로 고모는 가방을 사줬고, 삼촌은 신발을, 할아버지는 옷을 사 주셨다. 엄마와 아빠는 새 책상과 침대를 사서 내 방을 새로 꾸며주었다. 온통 새것으로 가득 찼다. 도대체 학교란 곳이 얼마나 멋진 곳이길래 이렇게 환호할까. 즐거운 기대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나도 학교 갈래. 우리는 언제 학교 가?”
동생들은 부러움에 못 이겨 같은 질문을 계속했다. 그러면 난 손가락을 꼽아가며 내 나이가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대답해 주곤 했다.
“너흰 아직 멀었어!”
입학식 날, 엄마는 앞머리에 끈적한 걸 발라주셨다. 뭔가 불편했다.
“우리 아들 진짜 멋있다! 입학 축하해.”
학교 가는 길에는 나처럼 어리둥절한 눈으로 엄마 손을 잡은 또래 아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운동장에는 이미 엄마 손을 떨어져 팻말 앞에 줄을 맞춰 선 아이들이 보였다. 엄마는 나를 그쪽으로 밀어 놓으며 속삭였다.
"이제 그만 가봐. 파이팅! 마치면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실 거야."
엄마 손을 놓고 ‘1학년 3반’이라고 적힌 팻말 앞에서 줄을 섰다. 어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물어보시더니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셨다. 옆에서 한 친구가 엄마 손을 놓지 못하고 꼭 붙어 있었다. 갑자기 엄마가 생각나 어른들이 많이 서 있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벌써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어주지. 갑자기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지만 꾹 참았다. 숨을 후 내쉬자 하얀 입김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친구 봐봐. 친구 잘하네"
말투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엄마 옆에 꼭 붙어 있는 아이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얼굴이 까맣고 키가 작은 아주머니는 계속 재촉을 하고 있었다. 아까 내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며 그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이름이 뭐니? 만나서 반가워. 선생님이 손잡아 줄 테니까 같이 가볼까? 엄마는 여기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선생님이 무릎을 낮춰서 손을 내미니 그 아이는 못 이긴 척 따라와 내 옆에 섰다.
"자 이제 따라 들어오세요."
맨 앞에서 팻말을 든 분이 외쳤다. 앞에 있는 선생님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발이 시렸다. 내가 앉아야 할 책상과 사물함, 신발장이 어디인지, 내일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두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따뜻한 곰돌이 바지를 입고 올걸, 바지가 추워서인지 두꺼운 잠바를 입었는데도 덜덜 떨렸다.
"우우~ 우우~'"
아까 그 친구가 소리를 내며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 내 잠바를 계속 툭툭 만졌다. 손을 잡고 계시던 선생님이 "친구 옷 만지면 안 돼요." 했다. 그 친구는 다른 데로 눈을 돌렸다.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만 났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문 밖으로 나갔을 때는,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다. 교문 앞에서 낯선 어른들이 **학원 스티커가 붙어진 공책과 연필 따위를 나눠주었다. 할머니는 그걸 일일이 챙겨 받아 들고 나에게 “어땠어?”하고 물어보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다 얼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