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학교를 구경시켜 주신다고 하셨다. 우리 반은 줄을 서서 선생님을 따라갔다.
"자, 두 줄로 서서 짝과 손을 잡고 따라오세요. 말하지 않아요."
하필 준혁이가 내 짝이 되었다.
“손잡아.”
내가 몇 번이나 말해도 준혁이는 옆에 있는 사물함만 만지막 거렸다. 나는 답답해서 그냥 준혁이 손을 잡고 끌다시피 했다. 복도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확 묻었다. 가슴이 시원해졌다.
"여긴 교무실이에요. 선생님들이 일하시거나 회의를 하는 공간이고, 누가 찾아오면 안내해 주는 곳이죠."
교무실 다음으로 교장실, 학교역사실을 지났다. 복도를 지나는데 너무 조용해 모두 아무 말도 안 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공기가 좀 따뜻해졌다. 교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2학년, 3학년 교실을 지나는 길에서는 우리 언니 반이다, 우리 형아 반이다 하는 친구들 소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선생님은 '쉿'하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셨다. 걸음이 조금 빨리 지신 것 같았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날 때 내 손은 살짝 땀이 날 정도였다. 준혁이가 계속 느릿느릿 걸어와서 손을 꽉 쥐었더니 그랬다. 우리가 맨 뒤에 있어서 선생님이 보지 못하셨겠지만 준혁이는 아까부터 계속 손바닥으로 벽을 쓸었다.
“이 쪽은 6학년 오빠와 형들이 공부하는 교실이에요. 작품은 만지지 않아요. 조용히 지나갈게요.”
6학년 교실 복도에는 멋진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꼭 실바니안 인형 집들처럼 미니 미니하게 만들어놓은 입체 건축물들이었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의 교실’이라고 안내판 밑에는 ‘작품은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알록달록한 책상과 소파들이 있는 교실에는 로봇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학생들 옆에 서 있었다.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뚝’하는 소리가 났다. 준혁이가 로봇 선생님을 집어 올리고 있었다. 로봇 선생님은 바닥에 글루건으로 고정되어 있었던지 허리위쪽으로만 뚝 떨어졌다. 준혁이는 얼른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내가 놀라 그걸 다시 다리 위에 올려놓으려고 집어 들 때였다.
“선생님! 얘가 이걸 부셨어요.”
앞에 있던 누군가의 말에 친구들이 하나둘 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 어...”
다시 돌려놓으려고 했던 로봇 선생님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누가? 누가 부셨어? 어떻게 된 거야?” 친구들 목소리에 떠들썩해진 교실 복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교실 앞문을 열고 안경을 쓴 남자 선생님이 “무슨 일이죠?”하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소란이 진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담임선생님은 “죄송해요. 선생님. 작품을 만졌나 봐요.”하고 사과하셨고 남자 선생님은 “괜찮습니다. 선생님, 제가 수습할 테니 걱정 말고 데리고 가세요.”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담임선생님의 눈이 나와 마주쳤고 선생님은 “얼른 줄 서세요. 교실로 돌아갈게요.”하며 집중시키셨다. 교실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는데 준혁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따라왔다.
“야~빨리 걸어. 너 때문에 내가 혼나게 생겼잖아.”
작은 목소리로 다그쳐보았지만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누가 이렇게 시끄럽지?”
대신 선생님의 목소리가 내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