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다. 아무 기대도 없이 습작 한 편을 한 출판사에 과감히 투고했다. 용기 있게 딱 한 출판사에만. 3월에 연락이 왔고, 내년에 책을 출판하자고 했다. 느닷없었고, 벅찼다.
벅찬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걱정이 몰려왔다. 에피소드를 몇 개만 더 추가해 달라고 했지만, 내 눈엔 전체적인 구성이 형편없었다. 이렇게 나온다면 부끄러움만 당할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어떻게 내 작품을 선택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지금 생각하면, 기회를 주신 것 같다. 글이라는 게 아무리 잘 쓰려고 해도, 약간의 긴장감이 없이는 발전이 없는 것 같다. 나름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고 한 이야기였지만, 내 눈에도 보이는 허점 투성이의 원고에 긴장 한 스푼 넣어주신 것 같다. 참 고마웠다.
생각하고, 다듬고, 추가하고, 지우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초고를 완성했다. 다듬고, 다듬는 작업 끝에 멋진 원고가 완성될 것이기에, 아마 출판하는 그날까지도 속 시원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제 더는 힘들다 싶어 원고를 보냈다.
그리고 며칠 힘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휴식했다. 아이 셋을 키우며 틈틈이 쓴다지만, 글을 쓰는 건 고도의 노동인 게 틀림없다.
이제 일어났다. 쌓였던 창틀의 먼지도 털어내고, 싱크대 주변의 기름때도 닦고, 옷정리도 한다. 이제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