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봄이었다.

멈춰있으니 느낄 수 있었다.

by 은원

2019년 3월 5일. 빨간불에서


아차, 싶었다.

횡단보도 맞은편에서 부는 바람.

봄이었다.




잘 못 했습니다. 잘 못 했습니다. 잘 못했습니다. 세 번이면 모든 걸 용서해주겠다고 마음먹은 날이었다.

그 누구보다 표정 없던 나와 같던 아이 덕분에 애써 괜찮은 척 위안 삼았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건

세상 모든 값진 말의 위로보다 더욱 위안이 되었습니다.


나 혼자만이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이 세상에서 나 홀로 특별한 케이스의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같은 아이의 실수를 저는 용서해 줄 수 있을까요. 잘못했습니다 세 마디에.

힘들겠지만 그러겠습니다.


그 아이 생각에 멈춰서 있던 횡단보도에 불어오는 바람.

생각을 놓아줘 버리니 오늘은 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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