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의 연예인
우리는 서로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답니다. 단지 그녀의 목소리만 알고 있어요.
그런 그녀는 저의 연예인입니다. 존 메이어를 알려준 그녀를 소개해드릴게요.
꼬맹이시절 주말마다 대청소를 했어요, 아버지께서는 크게 레디오를 틀어두셨어요. 리듬에 맞추어 바닥을 쓸고 닦았죠, 그 당시엔 양희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청소기의 소음을 가려주었죠. 그렇게 양희은 선생님은 사연을 읽어주고, 신청 곡을 틀어주고 또 다시 사연을 읽어주는 식의 반복을 2시간 동안 되풀이하였어요.
어느 주말부터인가 레디오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시대와 함께 라디오는 안방에서 사라졌고, 그 소리엔 맹맹한 노랫소리가 차지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년이 지난 지금 어린시절 양희은의 자리를 그녀가 차지했어요.
달콤하면서도 박하사탕같은 목소리를 보아 아마 생긴 것도 예뻤을거에요. 아마도 긴머리가 잘 어울렸을거 같고, 누구보다 부지런히 살아 항상 현관 밖을 나갈때는 신발 한 쪽을 구겨 신었을거에요. 그렇게 바쁜 하루를 보낸 그녀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따뜻한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크흠" "크흠"을 반복하며 목을 가다듬었을겁니다. 그녀의 옆에는 스마트 폰의 시계를 두어 8:59:50... 8:59:51.. 가 지나가는 것을 긴장하며 바라보며, 시선과 반대편 손가락 끝에는 온에어 버튼 위 커서가 올려졌을 겁니다. 딸깍 딸깍.. 9:00:00... 탁!
그렇게 매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조금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온 에어 됬을겁니다.
그녀의 방송시작 알림에 저는 매일 같이 찾아들어갑니다... 갔었습니다.
매일 들어올때마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물어보는 질문에 항상 " 그냥 그랬지"라는 답을 주며
그녀가 만든 다락방 한 쪽 구석에 앉아 노래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답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저의 텍스트가 그녀의 눈에 익숙해졌을 때, "하우 알 유" " 아임 파인 땡큐 엔 유"와 같이 정해진 답으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그녀에게 건넸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어요. 보통은 "오늘 뭐 먹었어? , 오늘 하루는 어땠어? , 너의 이상형은 무엇이야?" 등등의 종류의 질문을 건넸습니다. 조금씩 저는 그녀와 저 사이의 그어져 있는 선을 조금씩 넘었어요. 그 행동은 그녀의 시각을 자극하였고, 그녀의 답은 저의 청각을 예민하게 만들었어요.
그녀가 잘 되었음 좋았고, 청취자들이 더 많아졌음했고, 한편으론 나홀로 이 목소리를 독식하고 싶기도했어요.
머랄까? 저는 이 상황이 쪽팔려서, 나이먹고 머하는 짓이람 싶어서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서도, 재빨리 들어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답니다. 가족과 친구가 아닌 누군가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 그녀는 저의 연예인이 되었답니다.
나의 연예인에게 보통같은 하루를 말하고 싶지 않아. 특별한 하루를 꾸미기 시작하였고,
저라는 수많은 시계 중 멈춰 있던 다른 시계하나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 라디오 어플이 돈이 되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청취자가 늘어나지 않음에 서운해서였을까요?
느닷없이 찾아왔던 그녀의 입에서 마지막이라고 말하네요.
마지막 곡은 그녀가 애정하는 곡 존 메이어의 <Youre gonna live forever in me >였답니다.
노래가사 " 나의 가슴 속엔 영원히 니가 살거야" 그녀는 이노래가 좋다고했어요.
특이했던 그녀는 노래와 달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에가서 사랑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했어요.
그녀는 보이지 않음에 기대어 마지막까지 솔직했어요. 반면 저는 보임에 기대어 척하며 그녀와의 마지막을 끝냇죠.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방송의 볼륨이 상실되고, 그녀와의 감정만이 남았어요.
사랑일까도 생각했지만. 목소리만 듣고 사랑이라며 제가 겪은 사랑들과 비교하며 부정했고.
그저 엔조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제 방문을 여니 아버지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송가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번뜩였어요. 그녀는 나의 연예인이였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만든 세상에 저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 노력했고,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했어요. 언젠가 그녀가 다시 방송을 켰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친구보다도 가깝다고 느껴졌기에 말이에요. 그게 꾸며진 모습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전 그녀가 만들어준 세상이 너무 좋았어요.
저의 가슴 속엔 영원히 그녀의 목소리가 살아있을겁니다.
저만의 연예인.. 넌 나의 연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