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연무가 많은 날 남해 다랑이 마을을 찾았다.
삶의 애한이 담긴 곳.
108계단 논, 해탈과 고난을 꿈꾼 곳
높은 곳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해 줄 달음하고
육조문의 대사들이 눈 웃음을 쏟아 놓는 태평양
바래길 지갯길의 애한은 연무속에 승천을 한다
바다는 남색이다
겨울을 뒤집어 쓴 곳
파랑이 심하여 석화 흔적조차 없는 곳
배가 침몰하면 시신이 제일 먼저 떠 밀려 온다는 곳
그 곳이 가천해안이다
해질녘 가천 해안
윤설의 가르침이 삶을 소근거리고
조는 듯 가물거리는 낚시배의 파동이
평화롭게 다가선다
공 하나 굴리면 바다에 빠질 것 같은 다랑논
그 논엔 시금치 마늘 겨울초가 겨울을 나고 있다
또 한 번 삭풍이 몰아치면 움츠릴 몸이지만
이 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곳
그래서 인지 남해사람으로 더 정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