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솔 Mar 05. 2017

봄 희망

경칩 날 오후 따스하다. 봄 매화가 많이 피었다는 말을 듣고 피곤에 지쳐 누운 몸을 일으켰다.

새 봄, 새 희망

겨우내 삭풍이 몰아쳤을 묵정밭에 봄동이 겉옷을 풀어버렸다. 

무채색 속에서 연둣빛으로 싱그러움을 더하는 봄동이 대견하기도 한다. 저런 모습이 또 희망을 준다. 


망운산을 흘러 내린 바람결이 그래도 약간은 냉기를 머금었지만 움츠런 몸을 펴게 한다. 개울물 소리도 부드러워지고 햇볕 바라기를 하고 있는 빨랫줄의 빨래를 보며 사람들 움직임이 희망을 깨운다.

붉은 빛을 토해내며 담 너머로 떨어뜨린 동백꽃의 붉음이 새색기 연지 같다.

개울가에 방사한 암탉 세 마리의 빛깔이 곱다. 봄 햇살의 먹이를 찾는 모습과 붉은 볏이 희망과 생동을 알려준다.


가만히 방 안에 있었다면 모를 봄의 희망이 일렁인다.

마늘이 윤기를 더하며 자라는 논두렁에 촌 아낙이 자리를 잡았다. 이제 막 잎을 피운 쑥을 캐고 있다. 따스하게 내리 쬐는 등뒤의 봄 햇살이 감싸주는 모습이 평화롭다. 쑥 한 뿌리 캐며 지난 일을 돌이키고 새 날의 희망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을까?

산 밭둑 홍매화는 봉우리를 맺었고 청매화는 벌써 개화를 했다. 재래종 매화는 이제 엄동설한에서 잠을 깨었는지 한 잎 두 잎 우주를 열고 있다.

파란 하늘 녹색으로 짙어지는 보리밭과 마늘위로 열린 매화꽃의 향연에 순수와 희망이 시를 쓴다.

한기가 머물다 한 낮 봄볕에 내어준 자리에 광대나물이 자주색 꽃을 피우고 쑥부쟁이가 올라온다. 냉이는 벌써 꽃이 졌다. 내한성 작물인 쪽파는 통통하여 봄손길을 기다린다. 쏭쏭 썰어 겉절이를 하여 하얀 쌀밥에 비벼 먹으면 봄의 희망이 상큼하겠다.


봄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는 오리나무가 벌써 새 순을 틔웠다. 아직 산언덕은 갈색 겨울의 흔적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머지않아 연둣빛의 향연이 희망의 뜨개질을 할 게다.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을 돌자 등 뒤에 땀이 차인다. 아 이제 봄이라고 몸도 알아 차린다.

키보다 더 높은 다랑논 가장자리에 봄의 기다림에 있는 감나무를 본다. 앙상한 나목과 잔 가지의 흔들림에 겨울의 낙서들이 두서 없이 허들어피 는 매화꽃에 자리를 내어준다.

포르릉. 부풀어 오른 털을 고른 참새들이 한가롭다. 

봄. 새로움이면서 시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봄 앓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