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해당 글은 글쓰기 수업의 과제로 작성된 것으로 퇴고되지 않았습니다.
창문 밖으로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보인다. 구름의 그림자는 라벤더빛이다. 노을이 아닌 햇빛의 산란이 만든 라벤더 빛 그림자가 실내까지 길게 들어와 있다. 빛의 산란은 신비해서 집 안으로 들어올 때쯤에는 달콤한 사과의 속살 같은 색으로 변한다. 보랏빛 라벤더의 향이 포근한 잠을 부르듯 라벤더빛으로 구름을 물들인 태양이 창을 넘어 들어오면 따스하고 밝은 노란색으로 집 안을 물들이는 것이다.
푸른 하늘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만큼, 사계절에 따라 하늘의 빛도 달라진다. 봄의 하늘은 명도가 높고, 약간의 노란빛이 섞인다. 물론 푸른색을 주조색으로 거기에 노란색이 섞인다는 말이다. 파란색에 노란색을 조금 섞으면 민트색이 되는데 여름이 가까울수록 노랑의 양이 점점 적어지며 순수한 파란색에 가까워진다. 거기에 더해 명도도 올라간다. 명도는 빛의 밝기를 뜻하므로 여름 한 낯의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시다. 눈부신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온다. 가을 하늘은 이제 노란빛이 거의 없다. 그냥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풍에게 노란빛을 모두 양보하고 푸른 본연의 하늘 빛으로 쾌청하게 빛난다. 가을 하늘은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푸른색만의 밝기와 깊이로 하루 종일 창 밖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하얀 창틀이 공간에 깨끗함을 더한다. 집의 잉여 공간에서 지붕이 있으면 발코니라고 하고, 지붕이 없으면 테라스라고 하는데, 같은 발코니라도 이 공간은 지붕이 유리로 되어 있어 개방감과 함께 마치 야외에 있는 듯한 청량감을 준다. 하늘빛이 그대로 보이는 투명한 유리 지붕 아래에 천막처럼 여유롭게 늘어진 하얀색 시스루천이 공간에 곡선을 더한다. 건축할 때 쓰이는 재료들은 보통 직선이다. 벽돌도, 철근도, 벽의 마감도 곡선으로 하기보다는 직선으로 설계한다, 이는 설계와 시공상의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고, 직선적이고 딱 떨어지는 예측 가능한 공간에서 인간이 느끼는 안정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움직이지 않는 그네처럼 재미가 없다. 앞 뒤로 흔들리지 않는 그네는 안정적이겠지만 그네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쉼과 안식이 있는 공간으로서 적절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붕을 감싸듯 유연하게 떨어지는 천정의 커튼이 공간 전체를 안아주는 듯 포근하게 한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빛을 막아주는 것은 덤이다.
작은 아파트의 거실 정도의 크기를 지닌 이 발코니는 벽돌, 하얀 자갈, 원목마루까지, 구역별로 여러 가지 바닥재가 깔려있다. 발코니로 들어오는 문은 발코니의 정 중앙에 위치하는데 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창이 있고 오른쪽에는 화단이있다. 전면이 유리인 창 바로 앞으로 3인용 소파와 화병이 놓인 소파 테이블이 높여져 있는데. 이 공간은 원목마루로 되어 있다. 아마 쉬는 공간으로 발 디디기 편안하게끔 하는 설계자의 배려였을 것이다. 화단의 바닥은 하얀색 자갈이 깔려 있고, 그 앞쪽으로 붉은 벽돌이 가지런이 깔려 있다. 하얀 자갈이 깔려 있는 화단쪽에는 커다란 화분 정리대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붉은 호두나무 색으로 2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밝은 원목 색인데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 모양의 3단 정리대이다. 화분 정리대 위에는 여러 가지 화분들이 자유롭게 놓여 있다. 나무들의 종류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맨 윗 단에 놓인 화분들은 모두 가지가 가늘고, 잎 색이 올리브그린으로 진한 화분이라는 것. 그리고 아랫단에 놓인 화분들은 선인장 류로 크기는 비교적 작지만 도톰한 잎사귀들을 힘차게 뻗고 있다는 점이다. 또, 화분 정리대 앞으로는 하얀 화분에 사람 허리께 오는 홍콩야자가 심긴 화분이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이 화분들은 화단의 질서 정연함을 살짝 깨트려 자연의 이미지를 더한다. 같은 홍콩 야자 화분이 창문 바로 앞에도 놓여 있는데 이런 식재의 통일성을 통해 공간은 균형감을 얻게 된다.
소파는 밝은 베이지색의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다. 베이지색이라고 말했지만, 약간의 회색빛을 띄고 있어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준다. 소파의 방석 부분을 덮고 있는 하얗고 가벼운 소재의 담요는 부드러워 보인다. 소파에 눕듯이 앉아 잔잔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낮잠이 솔솔 찾아와 눈꺼풀을 아래로 내릴듯하다.
소파의 맞은편 창가 쪽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이젤이 하나 놓여 있는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는 이젤은 아닌 것 같다. 그림을 그릴 때는 이젤만 있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의자와, 그림도구를 놓는 테이블 또는 트롤리가 있어야 한다. 이젤과 의자와 트롤리는 화구로써 떨어질 수 없는 짝이다. 그러므로 짝이 없는 이젤은 화가의 것이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것이 된다. 이젤은 그림을 진열할 때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젤듲 자칫 빈 이젤처럼 보인다. 그림이 이젤 위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림은 이젤 뒤 창문 밖에 놓여 있다. 이젤은 풍경을 실시간으로 담아내는 한계 없는 캔버스가 된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 새벽이슬과 노을처럼 변화하는 하늘을 매 순간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받아내고 있다.
60분간 자세하게 묘사하기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