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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을 그릴 때 선택하면 좋은 물감

by 정채린


카드뮴 옐로 라이트

가장 밝고 순수한 노랑으로 햇빛에 정면으로 맞서는 잎의 하이라이트를 표현할 때 사용하면 좋다. 빛을 담은 영혼의 색이다.


인디언 옐로

깊고 탁한 느낌의 노랑으로 습기를 머금은 늦가을 오후의 공기에 황금빛이 스러지기 직전의 농후함이 있다.


옐로 오커

흙과 대지의 근본적인 색이다. 줄기나 바닥에 갈린 낙엽의 기본적인 톤을 잡아 주어 현실의 무게감을 더한다.


네이플스 옐로

은은한 아이보리빛의 노란색으로 가을 하늘의 미묘하게 투과되는 빛과 안개 낀 원경을 표현할 때 쓰면 좋다.


카드뮴 레드 미디엄

가장 강렬하고 명료한 빨강으로 불타오르는 단풍나무의 클라이맥스가 담겼다.


버밀리온

주홍빛이 도는 빨강이다. 붉은 단풍 속 숨겨진 생명의 열기와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여름의 잔향이 난다.


엘리자리 크림슨

차갑고 깊은 자줏빛이 감도는 빨강으로 음지에 있는 단풍잎과 숲 속 깊고 어두운 곳의 열정이 스며 나온다.


오페라 핑크

거의 형광에 가까운 인위적일 정도로 밝고 경쾌한 분홍. 빛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방출하는 듯, 모든 것이 스러져가는 계절에 마지막까지 행복하고 따스하다 못해 더웠던 어린 시절의 햇빛을 담고 있다. 겨울로 접어들며 회광반조하는 가을의 마지막 생기처럼 캔버스 위에서 짧게 숨 쉰다.


번트 시에나

흙빛이 강한 적갈색이다. 나뭇가지는 마르게 하고, 낙엽은 젖게 한다. 캔버스에 안정감을 부여하여 차분한 가을의 흙냄새가 난다.


샙 그린

깊고 어두운 녹색으로 완전히 물들지 않은 소나무나 여전히 버티고 있는 활엽수에게 그림자를 준다. 완전히 빛이 꺼지지 않은 그림자 속에서 여름을 회상한다.


비리디온

맑고 푸른빛이 도는 녹색이다. 가을 숲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머금고 있는 이끼나 잔디의 마지막 저항하는 소리가 들린다.


번트 엄버

가장 어둡고 농후한 갈색이다. 나무의 굵은 기둥, 깊게 패인 그늘 그리고 숲의 깊이에서부터 오는 자연의 경외감이 침묵처럼 무겁게 깔린다.


로우 엄버

약간의 푸른빛과 잿빛이 도는 밝은 갈색. 아주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흙, 숲의 가장 깊은 곳과 밝은 곳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반다이크 브라운

매우 어두워 거의 검정에 가까운 갈색으로 나무껍질의 균열 속 세상의 모든 어둠을 품은 듯 깊이 있는 상처를 덧씌운다.


퀴나크리톤 마젠타

붉은 단풍 속에서 터져 나오는 형광빛의 자주색으로 눈에 담을 수는 있으나,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그래서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잎의 반사광이다. 볼 수 있지만 담을 수 없는 색의 영혼을 캔버스에 잠시 묶어둔다.


페릴렌 바이올렛

적갈색에 가까운 깊은 보라색으로 어둡고 농밀하다. 단순히 어둡다기보다 축적된 시간의 침전물처럼 가을의 사색과 무게를 담는다. 잎이 썩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고 나무 기둥에 새겨진 숱한 세월이다.


테르 베르트

아주 부드럽지만 칙칙한 녹회색으로 습한 돌이나 썩어가는 나무의 표면에 덧칠해 시간의 흐름을 담는다.


프러시안 블루

매우 강하고 어두운 푸른색으로 숲의 가장 깊은 그림자와 차가운 새벽 공기 냄새가 난다.


울트라마린

가을 하늘 그 자체의 밝고 순수한 푸른색 청명한 하늘의 조각이 숲 사이로 비칠 때 울트라마린 보석이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울트라마린을 닮은 가을 하늘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화이트

빛. 그 자체.


페인스 그레이

푸른빛이 도는 차가운 회색. 점착제 없이는 캔버스에 안료를 물들일 수 없듯 그레이라는 매개 없이 세상을 화폭에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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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색이 궁금하다면 Home - DANIEL SMITH Artists’ Materials 여기에서 검색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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