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읽은 책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와 반시, 크로스로드 같은 매거진과, 완독 하지 못한(앞으로도 완독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집을 제외하고, 총 180권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일 년을 책의 품에 파묻혀 지냈다는 기쁨과, 조금 더 읽을 수 있었는데 게으름을 피운 것 같다는 아쉬움이 제 안에 공존합니다. 그래도 거의 매일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문장을 다듬는 작법서부터, 인간 사회의 깊은 모순을 다루는 인문학 서적, 사랑하는 물리학과 요즘 제가 푹 빠져있는 뇌과학 서적, 그리고 밤잠을 잊게 만드는 치밀한 구성의 소설과 눈물처럼 맑은 시집까지, 책장의 스펙트럼은 그야말로 무지개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모든 활자가 제 안에서 충돌하고 융합하며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180이라는 숫자의 달콤함 뒤에는 늘 불안이 숨어 있었습니다. 책을 음미하지 못하고 읽어내기만 했다는 후회가 제 마음 한 구석을 긁고 지나갑니다. 다음 책으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는 강박, 오늘 읽을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는 경쟁 심리가 저를 재촉했습니다. 아마 저는 그 조바심으로 단지 넓은 바다 같은 책의 세계를 헤엄쳐 건너기만 했을 뿐, 심해의 깊은 압력과 어둠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진귀한 생명들을 놓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이 정도의 독서량을 채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워낙 독서 내공이 부족했기에 양을 채워야 했지만 2026년에는 책 속에 담긴 지혜와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한 문장에 머무는 시선에게 사색의 시간을 줄 생각입니다. 그동안은 구명조끼를 걸치고 망망대해에 떠다녔다면, 이제는 깊은 바닷속으로 기꺼이 가라앉아 심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풍경을 오래도록 마주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저는 계속해서 책 속에 빠져 유영하는 행복한 잠수부가 되겠습니다.
그럼 잠수하러 이만!
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