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게 묻는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니?

by 씨앗

아침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책상에 앉았다.

요 며칠 아침마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


맛있는 걸 배 터지게 먹어보기도 하고,

자책감에 어제는 운동을 여섯 시간 해보기도 했다.


갖은 방법으로 나를 달래가며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아침 다시 한번 무기력이 나를 덮친다.


하기 싫다는 마음일 수도 있고,

쉬고 싶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꾸만 모든 감정을

죽고 싶다는 마음으로 해석해버리고는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 마음이 왜 그럴까.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속상할 만한 일이 있었는지 돌아봤다.

감정을 자극할 만한 일은 많았다.


최근 다시 본 오픽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왜 5년째 영어 성적을 높이지 못했는지 자책하게 된다.


최근 필기시험과 자기소개서를 수차례 불합격했다.

노력한 일들이 거듭해서 성과가 안 나니 허무해진다.


오픽 시험이 일곱 번째 였고,

자기소개서를 5년간 백 개 이상 썼으니,


그래. 무기력할 수도 있었겠구나. 이해해 보련다.

하지만...


막상 우울할 만한 일들을 적어보려니

A4 용지에 가득 채울 만큼 슬픈 일이 많지는 않다.


살면서 힘들었던 일을 모으면

적어도 이 용지는 가득 메울 수 있을 터다.


그간 내가 넘어온 일들은 이 몇 줄짜리 무기력보다 많다.

나는 이 몇 줄짜리 슬픔보다 더 강하다.


무기력에 잠겨 있기를 그치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더 어려운 일들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는 걸 기억해본다.


무기력에게 말한다.

나는 네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번 무기력도 결국은 넘어갈 거다.'

'또 한 번 이기며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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