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살아간다던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인사가 있다. ‘밥은 먹고 다니니?’, ‘언제 한 번 밥 먹자’ 한국의 대표 인사말이었는데 요즘엔 밥 대신 ‘시간 되시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나중에 커피 한 잔 하자’처럼 커피가 종종 등장한다. 예전에 드라마 촬영장에는 꼭 밥차를 보내 응원하곤 했는데 요새는 따뜻한 커피차가 밥의 든든한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커피는 이름부터 한국적이기보단 이국적인 음식이지만 한국인이 커피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거리에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카페가 있는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무이하다. 또 믹스커피를 집에, 사무실에 챙겨두며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커피를 즐기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한국인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만의 커피를 대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커피 자체의 맛을 좋아하고 그 맛을 위해 커피를 누리는 사람도 물론 많지만, 한국인은 특히 커피를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처럼 보인다.
커피의 고장 이탈리아의 카페에는 의자가 없다고 한다. 있다고 해도 아주 작은 의자와 테이블뿐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주로 에스프레소를 한 번에 원샷해서 마시기 때문에 카페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이런 이탈리아에서는 카페에 다 같이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꿈 꿀 수도 없다. 이탈리아에서 카페의 의미는 정말 커피의 맛을 느끼기 위해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페에 커피만 마시러 가지 않는다. 예쁘게 인테리어 된 카페에서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다. 커피의 그윽하고 따뜻한 향을 맞은편에 앉은 사람과 함께 향유한다.
옛날 지인들을 불러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사랑방에서처럼, 한국인에게 있어 커피는 그런 사랑을 담은 음료가 된 것 같다. 맛있는 건 항상 남부터 권하고 함께 마주앉아 나눠먹던 우리 한국인의 정이 어쩌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방식도 한국인스럽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공간까지 의미한다. 커피의 이국적인 맛을 한국적인 멋으로 확장시킨 것도 한국인만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