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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현 May 20. 2020

캄캄한 방을 비추는 사람들 #2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서 했던 일에 대해

(#1 에 이어서)


(면허나 시험이나 자격증이 없다는 점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 왜 그럴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닐 테니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특별한 힘을 가지지 않으니까, 특별한 힘을 가지지 않으니까, 자신을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특별하지도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텐데 그래도, 함부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단정하는 것도 어렵다. 사실 전혀 어렵지 않다. 그냥 존나 멍청해서 그렇다. 다만 그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아는 시도와 내가 하는 시도를 모아봤다.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나눠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문제는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1. 내가 실천하는 하찮은 캠페인은 '신고하기'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겠지만, 보통의 고객센터 직원이 받는 오명 중 큰 몫은 일부 업체가 불법으로 자행하는 스팸 전화(문자)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 바로 신고해도 좋지만, 이곳에서 신고하면 신고 결과도 확인할 수 있어서 더 확실한 느낌도 있고, 신고 결과를 보면서 악당을 혼내주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2. 자포스와 세스코 고객센터의 사례

이 두 회사는 고객센터는 모두 고객센터 신뢰도는 물론 만족도도 무척 높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고객에게 쩔쩔매지 않는' 느낌이 공통적으로 들었다. 고객센터 상담원도 마찬가지겠지만, 고객도 사람이기에 좋은 사람도 있고 이상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고객센터 상담원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이상한 사람에게도,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 대하듯 해야만 한다는 것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과 필요한 만큼 시간을 나눌 수 있지만,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나쁜 사람에게도, 이상한 사람에게도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과도하게 쏟게 된다. 그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의 자유가 필요하며, 단순 문제 해결 숫자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다른 평가 방식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우선 자신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동안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누렸던 이상한 우대부터 버려야겠지만, 그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나아지는 것은 그들의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니 괜찮지 않을까.

세스코 고객센터 답변으로 유명한 짤(높은 전문성과 위트 그리고 따뜻한 느낌)
자포스 고객센터 풍경 (개개인의 취향과 자율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3. 벌써 꽤 시간이 흘렀지만 GS칼텍스의 '마음이음 연결음'이라는 캠페인도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5TYcGGlvoU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즉시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주 캄캄한 방을 비추며 도움을 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같은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의 의해 좌우된다. _찰스 벡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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