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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n 13. 2019

결정적 순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인생에서도 스팀팩은 필요하다. 

한 번의 짧은 경험이 향후 오랜 시간을 지배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육체적, 정신적, 시간적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실제로 인생의 어떤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그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는 첫 경험들이 그런 순간일 수가 있다. 그런 순간들은 대개가 어린 시절에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인식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처음 학교에 들어간 날이라던지, 첫 친구를 사귄 경험 같은 것들을 말할 수 있겠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새로운 첫 경험은 그 이후에 훨씬 많은 시간을 비슷한 일상들로 채우더라도 희석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국민학교 첫 등교일이 기억에 남는다. 주변의 가족들과 선생님으로부터, 학교를 가게 되면, 스스로 모든 준비를 다 해야 하고 더 이상 유치원에서처럼 일일이 챙겨줄 수 없다는 당부를 들어왔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가족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 경험하게 되는 사회로의 진입이 무척 설레었던 것 같다. 내 경우에 유독 ‘국민’학교에 입학한 것이 기억에 남고, 그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것은 상대적으로 내가 받은 영향력은 적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학생 때 인연이 되었던 선생님들 중에 지금도 찾아 뵙고 싶고, 감사함을 깊이 느끼는 분이 계시지 않은 것 같아 슬픈 느낌도 든다. 한 반에 거의 50명쯤 되는 학생들이 함께 생활했으니, 나같이 눈에 잘 안 띄고 나름 모범적(?)으로 학교를 다닌 학생에게 큰 관심을 주는 선생님은 드물 것이라고 혼자서 생각해본다. 


     

히스 형제의 책 [순간의 힘]에서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짧고 강력한 순간이 그 이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예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누구라도 각자의 삶에서 이런 결정적 순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결정적 순간들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는데,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이 그것들이다. 결정적 순간들은 이 네 가지 중 적어도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것들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고양(elevation)은 결정적 순간에서 느끼는 감정의 고조를 나타내며, 통찰(insight)은 결정적 순간에 얻는 깨달음, 또는 생각의 전환이라 할 수 있고, 긍지(pride)는 우리가 최선의 모습을 드러낼 때, 결정적 순간에 맛볼 수 있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며, 마지막으로 교감(connection)은 결정적 순간에 다른 이들과 함께 느끼는 사회적 경험을 말한다. 이 책에서 제시된 한 예 중에 위의 네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예가 YES 예비학교의 졸업생 서명행사라 할 수 있다. 졸업생들은 이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고, 함께 참여하는 다른 후배들에게도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통찰을 주게 되며, 학교의 졸업생으로써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마치고 목표로 한 대학에 진학했다는 긍지를 갖게 되며, 강당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이는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려고 했던 크리스 바빅과 도널드 카멘츠, 두 사람에 의해서 시작이 되었다.     



서두에 나는 학창생활을 통해 인상 깊은 결정적 순간을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쉽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에 가기 위해(진로를 위해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계통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등은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공부했다는 긍지는 있었다. 실제로 열심히 공부했던 2-3학년 때는 성적도 꽤 올랐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 느끼기에도 성적은 중요하긴 했지만 내게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 인상 깊은 결정적 순간은 동아리 활동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합창부였고, 합창으로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고, 친구와 장난삼아 보게 된 합창부 오디션에서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었다.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가 무려 ‘나의 고향’이었다. 나는 베이스에 지원했지만 음악선생님은 목소리가 테너에 어울린다고 파트를 바꾸셨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나는 OB 합창단 활동을 해왔었다. 어떻게 보면, 이 때의 동아리 활동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결정적 사건이었던 것 같다. 음악과 관련없어 보이는 공대에 진학을 했지만 합창에 대한 그리움으로 계속 활동을 해왔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 내 삶에서 결정적 순간은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를 원으로 그려보면 가장 중심에는 가족이 있을 것이고, 그 주변으로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있을 것이다. 교회, 직장, 친구들이 거기에 속한다. 그리고 그 밖에는 친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알고 지내는 관계들을 말할 수 있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들이다. 그리고 나와 관계없는, 미디어로 접할 수 있는 외부세계가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내 숙제다. 친밀감이 높은 사람들에게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나도 결정적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독창적이면서 기억에 오래 남고, 동기부여가 되어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특별히 앞으로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 기념일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지 고민해봐야 겠다. 또한 교회 공동체에 새로 합류하는 유치부 어린 친구들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을 어떻게 선사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느슨한 유대 관계에 있는 조직들과 나랑 상관없는 외부 세계로부터 어떤 통찰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전 세계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통해 교감하며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하는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긍지를 갖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구라는 것은 당장에 성과가 나오는 것 같지 않아 힘이 들 때가 많지만, 이를 통해 언젠가 좋은 기술이 개발되고, 환경과 사람들에게 유익이 된다면 지금 힘든 일들도 의욕을 갖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바로 건설현장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때 갔던 현장 중 한 곳은 요즘에도 가끔 주변을 방문할 일이 있어서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나곤 한다. 젊은 시절 내 힘으로 이 건물이 세워지는 데 작은 힘을 보탰구나라고 생각하며 의미를 부여했던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지금 하는 연구활동들이 향후 돌아봤을 때, 유익한 기술로 개발되어 우리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자 좀 더 의욕도 생기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 안에서 발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 책을 읽고 일상의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고자 고민하게 된 지금이 통찰과 긍지를 통한 또 다른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읽는 사람들과도 교감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이 책에 나온 문구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결정적 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이 바로 우리 삶에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이 글은 대교가 후원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함께 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1기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룹의 10번째 책 '순간의 힘' 서평입니다. 더 많은 서평은 더불어배우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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