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생각말고 그냥 읽자
독서는 집중력에 따라 읽은 책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유익함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독서를 하면서 항상 원하는대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경험상 독서 중에 정신이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분산될 때가 종종 있다. 그 때마다 독서에 있어 집중력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므로 이런 흐트러진 정신으로는 계속 독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독서를 멈추는 것이 좋은 생각일까? 항상 맞지는 않지만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독서를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잠시 기분 전환을 한 후에 다시 책으로 돌아온다면 어쩌면 집중력있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책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내용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서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집중이 안되는 상태에서 읽는 것보다 차라리 좀 더 여유가 있고 집중하기 좋은 때에 그 책을 다시 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비교적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을 때는 약간 산만한 상태라 하더라도 그냥 책읽기를 지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대충 읽는다기보다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읽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독서에 대한 자신의 뚜렷한 목적을 갖고 읽는 게 아니라(목적의식은 필요하지만 어떤 책의 경우에는 너무 비장해질 필요는 없다) 그런 부담감에서조차 자유로운 상태에서 책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도중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방금 읽은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다시 돌아가지 말고 그냥 읽는 것이다. 앞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지만 마음이 편하다면 다시 읽어야겠지만 우리가 시험문제를 푸는 것처럼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때때로 책으로부터 반드시 뭔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전투하듯이 독서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읽는 것은 대단히 피곤한 것이다. 복잡한 생각말고 그냥 읽다가 감동을 주는 내용에서만 얻어가면 된다. 어차피 한 번 읽는 것으로 저자의 생각과 의도를 전부 파악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읽는다는 생각으로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은 반드시 훌륭한 서평을 쓰고 아웃풋 형식으로 근사한 결과물을 내서 내 성장의 밑거름으로 사용해야겠다고 스스로 몰아세울 필요도 없다. 일단 재밌게 읽기부터 해라. 어차피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으면 책을 다시 뒤적거리게 된다. 꼭 공부와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면 서평을 안 써도 된다. 대신 독서하는 즐거움은 계속 유지하면서 다양한 책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성장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때로는 성장에 대한 부담때문에 즐거움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성장을 위한 의미와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관건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사랑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자존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자존감이 높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강박적인 목표의식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시야가 넓고 크게 볼 줄 알아서 때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잠깐의 강렬함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독서를 꾸준히 평생 지속해야 할 행동으로 여긴다면, 이제 막 독서의 즐거움과 성취를 느끼고 있을 때, 이것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때로는 현재보다 강도를 조금 낮춰야 하는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하고 힘들어도 그냥 하던대로 해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독서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가끔씩 강도를 낮춰 읽기 자체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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