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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n 18. 2020

물리학은 처음입니다

모두가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꼭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는 2학년이 될 때 학생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눠서 약간 다른 교육과정 따르도록 한다. 2학년 때 문과와 이과로 나눠지면서 학생들은 대학을 가게 될 경우, 자신이 선택할 전공과 연관될 수 있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과는 사회 교과목들을 더 많이 배우고, 이과는 과학 교과목들을 더 많이 배운다. 이마저도 몇 개의 과목들을 선택하여 배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입시를 더욱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있겠지만, 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문과 이과를 불문하고 사회 교과목들과 과학 교과목들을 균일하게 배웠으면 좋겠고, 좀 더 솔직히는 과학 교과목의 교육이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 때 이과에서 과학 과목을 선택하였는데, 입시를 위해 생물학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을 소홀히 공부하였다. 그 후 대학에 가서 1학년 때 들은 교양과목들이 대학물리학, 일반화학, 미적분학 같은 것이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지만, 마음 먹고 수업에 집중해보려고 해도 너무 어렵게 느껴졌었다.



  물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이었는데, 간단한 개념조차도 문제를 풀려고 하면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라 해답지만 뒤적거리다 포기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물리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이 내 마음에 깊게 자리 잡았다. 최근에 책 제목에서부터 내 눈길을 끌었던 마쓰바라 다카히코의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를 읽었다. 저자는 일본 ‘고에너지 연구기구’의 교수로 재직 중인데, 그는 물리학과 학생 대상이 아닌 비전공자들을 위해 물리학을 강의했었다. 그의 강의에는 이과 출신들뿐만 아니라 문과생들도 수강을 하였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수식과 계산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 책이 그 강의안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일상의 용어로만 물리학의 개념들을 설명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물리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누구나 물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초적인 개념서로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은 물질, 사물에서 볼 수 있는 ‘물’ 자와 이치, 원리라는 의미의 ‘리’ 자로 이루어져 있다. 글자의 의미대로 풀어내면 물질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이 세상(자연)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상(자연)의 이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원자 수준의 아주 작은 세상에서부터 우주 수준의 아주 큰 세상까지 매우 큰 분포를 나타낸다. 나는 물리학의 의미를 생각할 때 바로 고대의 철학자들이 생각났다. 왜냐하면 고대에서부터 철학자들은 자연을 탐구하며 이 세상의 이치를 찾고자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리라는 말의 뜻이 곧 과학과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눠서 배우지만 이 네 개의 과목을 통틀어서 물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 세상을 탐구하던 사람들은 인간들이 사는 지상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하늘을 보면 밤하늘의 별들은 시간에 따라 일정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저자는 물리학이 천문학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한다. 그리고 단순한 하늘의 변화를 통해 복잡한 땅의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고 이는 다양한 형태의 점성술로 발전되었다. 이 이야기에 물리학의 중요한 특징이 있다. 물리학에서는 복잡한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 현상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단순화해서 핵심 원리를 도출해내고 이런 원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화한다. 어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여럿이라면 물리학에서는 하나씩만 따로 고려하여 법칙을 유도해낸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기체 분자의 운동이 본질적으로 같은 자연 현상을 인자에 따라 보일의 법칙과 샤를의 법칙으로 각각 배우는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가면 물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내게 아주 의미있게 다가온 내용 중 하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 세상은 동일한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빛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시공간을 밤하늘의 별을 보며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지구는 기본적으로 태양으로부터 빛을 공급받는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 각기 다른 거리에 위치한 태양과 같은 별들이다. 그런데 이 빛을 분석해보면 같은 원리를 따르는 스펙트럼 분포를 보인다. 별의 밝기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와 관계가 있는데 이는 각각의 별들이 생성된 시기가 다름을 의미하며 지구에 동시에 도달하는 각각의 별빛은 모두 다른 시간대의 빛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스펙트럼 분포를 갖는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동일한 물리법칙에 따라 이 세상이 운행됨을 의미한다.






  고전 물리학에서 아이작 뉴턴을 빼놓을 수 없듯이 현대 물리학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서도 고전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을 잘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따로 정리를 할 예정이다. 물리학자들은 원자와 그보다 더 작은 물질들의 세계인 미시세계와 우주 크기의 거시세계를 통합할 수 있는 물리 법칙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앞으로의 세대는 과학과 수학 지식이 특히 중요하게 여지는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이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둘의 융합기술에서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 바로 물리학이다. 그래서 나는 생명공학 전공자들도 물리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비전공자들 역시 기초적인 과학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책처럼 수식과 도표 없이도 그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 책을 읽으면 된다. 양자 역학을 많이 들어보면서 여기서 말하는 양자를 양성자와 헷갈려하면 안된다. 시중에 많이 나오는 과학 교양서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참고. 마쓰바라 다카히코,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행성B





photo by Casey Hor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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