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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l 19. 2020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유일한 행성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플랜비는 없다

  최근 서울에 있는 한 산에서 등산객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대벌레 떼들이 발견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언뜻 보면 나뭇가지처럼 보이지만, 이 벌레 떼들은 빠른 속도로 활엽수의 나뭇잎들을 갉아먹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출몰하기 시작한 대벌레들 때문에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지자 지역당국은 방역에 들어갔고, 사람에게 유해하지는 않다고 알려진 이 생명체들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현재는 무더기로 쌓인 대벌레 시체들 때문에 악취가 발생하여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대벌레 떼가 출몰하게 된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따뜻한 겨울’ 때문이었고, 비교적 온화했던 기온 덕분에 대벌레 유충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뭇가지와 대벌레가 구분이 되시나요? (2020. 7. 18. 중앙일보 기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온도가 상승했었고 (이전 대비 1.5도 상승),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는 추세와 동일하게 평균기온도 오르고 있다. 온실가스의 증가와 지구온난화현상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그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현재 추세대로 앞으로 30년간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3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3도 상승이 가장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최악의 경우 5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그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으름장이 아니고, 이미 일어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책 표지 안 쪽에 쓰인 12가지 재난 시나리오



  저자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3도 올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12가지 재난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있다.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열두 가지다. 이 열두 가지 가운데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 꽤 많이 있다. 하지만 30년 후에는 현재 일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들이 더욱 광범위하게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생길 혼란들을 생각하면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여러 경고들이 나오고 있지만 나같은 일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위험도는 그저 작은 불편함이 일어나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 소개된 한 대화가 일반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낙관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니콜의 회고록 <내 오두막 이야기>에는 니콜이 기술업계에 종사하는 그녀의 친척과 나눈 대화가 나오는데, 니콜이 친척에게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쓰지만 그 친척은 오히려 “뭐가 걱정이야?” 라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답한다.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야. 지구가 끝나면 그냥 우주선에서 살면 되고, 음식은 3D프린터로 출력하면 돼. 아마 배양육을 먹고 있겠지. 소 한 마리면 전부를 먹일 수 있어. 물이나 산소는 원자를 재배열하면 얻을 수 있고. 일론 머스크가 있잖아.”



  내 주변에도 기후변화에 대해 막연하게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허무주의에 빠진 듯한 반응을 하기도 한다. 어차피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대해서는 신경 끄고, 자기 할 일이나 잘 하면 된다는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분명 누군가는 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은 가만히 있어도 그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한 혜택을 보게 될 거라고 믿고 산다. 굉장히 실용적인 조언인 듯 들리지만 현재의 실상을 보면 어느 국가도 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가 없고 (미국은 2019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통보했다), 기업인들 역시 일론 머스크와 빌게이츠를 제외하면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큰 돈을 투자하거나 기부하는 사람도 없다.



  눈앞에 뻔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가 있는데, 어느 누구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을 ‘방 안의 코끼리’ 라는 개념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 안에 커다란 코끼리가 들어와서 방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그 방의 모든 사람들이 마치 코끼리가 없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는 경우를 나타내는 말이다. 기후변화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일어날 경우에는 엄청난 파급을 주는 사건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 의 개념을 합쳐서 ‘검은 코끼리’ 의 예시로 기후변화가 가져올 변화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는 이유는 실제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지금 예상하는 재난 시나리오 외에 다른 무엇인가가 더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소개하는 ‘알려지지 않은 무지’ (Unknown unknowns) 는 이 책에서 예상하고 있는 12가지 재난 시나리오 외에 더 추가될 수도 있는 알 수 없는 상황들을 나타내는 말이다. 실제 상황은 시뮬레이션과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재난들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



기후 변화는 대표적인 검은 코끼리이다 (Wynand Uys, unsplash.net)



  앞에서 소개된 니콜과 그녀의 친척이 나눈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다. 기술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 믿음의 근거는 인류가 지난 역사를 통해 숱한 위기를 극복해왔던 경험들인 것 같다. 하지만 인류가 지난 역사를 통해 보여준 성과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통해 이룬 것들이라 어떻게 보면 기후변화와 맞바꾼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석연료 대신 대체에너지 사용을 꾸준히 증가시키려고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지 못했다. 대체에너지 사용은 그저 전체 에너지 사용총량을 늘리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현재 제안되고 있는 기후변화 대책에는 대부분 탄소의 ‘마이너스 배출’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 말은 이미 빌생된 탄소를 없애는 방법들을 말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것을 통한 지구 온도 하락은 ‘마법’ 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못박는다.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이미 발생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것보다 오염물질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 훨씬 이롭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후변화 상황을 볼 때, 개인적 차원의 노력을 통해서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다. 이제는 전 지구적으로 모든 국가가 당장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한다고 전제해도 30년 후에 3도 상승하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결과다.



  그렇다면 이런 비관적인 예측이 있는 가운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가져야할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 안타깝지만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다만 그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이 각 국가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또한 인류를 한 사람처럼 생각하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항간에는 화성이 우리가 살아갈 제 2의 행성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지구가 황폐해져서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한 조건은 황폐한 지구가 화성보다는 훨씬 더 낫다. 인류가 화성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는 더 쉽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한여름 밤의 온도가 영하 78도인 화성을 생각해 볼 때, 평균 기온 3-5도 상승으로도 지구의 위기를 거론하는 마당에 수백도의 차이를 보이는 화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 Planet)은 지구뿐이기 때문에 지구를 빼고 다른 계획 (Plan B)을 세울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더 무거워지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을 알 수 있었다는 면에서 좋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재난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역시도 그저 예측으로만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위기를 알리는 입장에서는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서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너무 자주 이야기를 들어서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무뎌졌다. 하지만 모두가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단순히 등산로에 대벌레가 집단 출몰한다거나 북극곰의 삶의 터전이 없어지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온 인류의 생존과 연관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참고.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2020. (추수밭)





Photo by Bill Oxfor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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