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상태는 변하고 있다
고등학교 과학 과목은 주제와 관련해서는 그 수준이 아주 높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통합과학의 첫 단원은 우주의 기원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까마득하고 어마어마한 주제로 학과 과정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부담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 주제로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부담이 되진 않을까 혼자 걱정스런 마음이 앞선다.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속시원하게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 증명이라는 것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가능은 한 것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또 속 편히 생각해보면 그게 뭐 중요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마음을 넓게 생각해봐도 우주의 기원과 나를 연관 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예전부터 자기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에 관심을 보였고, 그걸 또 상관있게 만들어 버린 것이 인류의 역사라는 생각도 든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숫자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실제로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138억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우주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주의 탄생과 함께 시간이라는 것도 생겨났으니 그 이전이라는 개념은 불가능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의 관찰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인데, 그 사실은 지금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증거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주 팽창에 대한 증거를 들이밀기 전까지는 이 주제에 대한 공방도 있었다. 우주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는다는 '정적 우주론' 과 우주는 변하고 있는데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동적 우주론' 이 맞서고 있었다. 이 논쟁에서 동적 우주론이 힘을 얻게 되었는데, 허블의 발견에 의해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허블의 발견에 의하면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핵심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욱 빠르게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시 이야기하면, 관측되는 은하의 후퇴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마치 은하가 점점 더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은하가 힘을 얻는다는 표현은 옳지 않고, 우주(공간)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관측되는 것이다.
팽창하는 우주에 대한 두가지 이론이 있었는데, 확장되는 우주에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그 공간에 새로운 별들이 생성된다는 '정상 우주론' 과 우주의 확장에 따라 우주의 상태도 변한다는 '빅뱅 우주론' 이 있었다. 이 두 이론 중에서 어느 하나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주의 팽창과 함께 새로운 별들이 생기기도 했고, 우주의 상태는 변했기 때문이다. 정상 우주론이 무리하게 주장한 것은 우주의 밀도가 일정하다고 주장한 것에 있었다. 자연계에는 다양한 현상들이 쉼없이 일어나는데 어떤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논쟁에서는 빅뱅 우주론이 힘을 얻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빅뱅(Big Bang)' 이라는 말의 기원은 이 이론을 주장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이 빈정대는 말투로 한 말에서 시작되었는데,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시간을 반대 방향으로 계속 돌리면 우주는 한 점과 같은 지점에서 시작이 될테고 아마도 그 시작 시점에 공간이 최소 단위였을 그 때부터 대폭발에 의해 우주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이론이 빅뱅 우주론인 것이다.
우주의 기원과 관련해 과학이 밝혀 낸 핵심적인 사실은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는 것과 '우주의 상태는 변하고 있다' 는 것이다(단,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이 사실에 근거하여 우주를 탐구하는 사람들은 우주의 종말에 대한 이론들을 내놓고 있으며, 그에 대한 증거들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이론과 있다면 다른 우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사실을 넘어서는 해석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어쩌면 그 논쟁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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