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역학이다. 나는 역학이 어려워서 물리학이 정말 어렵게 느껴졌었다. 누구에게나 초반의 경험이 중요한데 시작부터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은 이후에도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나는 양자 역학은 잘 모르지만, 역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아이작 뉴턴이다.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이라는 보편적인 힘의 법칙과 우주의 원리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뉴턴이 중력을 설명할 때 사과나무 일화를 직접 언급하였고, 말년에는 어렸을 적 사과나무 일화가 중력의 발견에 영향을 준 것이 맞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그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물리를 배우는 학생들이 거의 처음 접하게 되는 이론인데, 아마도 많은 학생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체의 운동은 곧 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물리학에서 뉴턴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는 힘의 단위가 뉴턴(N)인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물리학에서 힘(Force)은 실체를 가진 물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 사용하며, 힘의 단위인 N의 정의값인 1N은 '1kg의 질량(m)을 갖는 물체가 1m/s^2의 가속도(a)로 운동할 때의 힘의 크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힘이 작용하는 물체는 항상 가속도 값을 가진다(a는 0이 아님). 즉, 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속도가 변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속도(v)는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갖는 물리량으로 단위 시간(t)에 대한 위치의 변화(s)로 표시할 수 있다. 크기만을 갖는 물리량인 속력(speed)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힘의 속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말은 속도의 크기와 방향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며, 크기와 방향 각각 영향을 주기도 하고, 동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크기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속력이 변하는 같은 방향으로의 직선운동을 들 수 있는데, 자유 낙하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방향에만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등속 원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며, 크기와 방향 모두 영향을 받는 경우는 비스듬히 던진 물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운동하는 경우와, 실에 매달린 추가 진자운동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정지해 있는 물체나 등속 직선운동을 하는 물체는 힘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이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세 가지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들 1법칙은 '관성의 법칙', 2법칙은 '가속도의 법칙', 3법칙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름 이 법칙들에 의미를 부여하면 모두 힘과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법칙은 힘이 없는 운동상태에 관한 법칙이고, 2법칙은 힘이 작용하는 운동상태에 관한 법칙이며, 3법칙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상관관계에 대한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도 힘(F)을 물체의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표현한 공식으로 'F=ma' 로 잘 알려져 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면 돼 : 1법칙 [관성의 법칙]
관성이란 원래의 운동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그래서 멈춰있는 물체는 멈춰있으려 하는 정지관성이 있기 등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그 속도대로 움직이려는 운동관성이 있다. 운동 상태에 변화가 없는 상태가 관성의 영향을 받는 상태이며 이때,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0이다. 정지한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0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등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도 0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우리의 직관적 생각으로는 물체가 움직이려면 힘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물체에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으면 같은 방향의 일정한 속력을 갖는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관성은 움직임과 정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힘이 없는 상태, 곧 변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식에서도 쉽게 확인이 되는데, F=ma 에서 힘이 0이 되려면 질량이 0이거나 가속도가 0이어야 한다. 물리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질량을 갖기 때문에 절대 0이 될 수 없고, 결국 가속도가 0이 되어야 힘이 0이 된다. 가속도는 단위 시간에 대한 속도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정지상태와 등속직선운동의 경우가 가속도가 0일 경우라 할 수 있다.
힘을 물리적인 힘에서 그 의미를 더 확장하면, 정신적인 힘을 포함해 '-력'으로 표현되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힘의 핵심은 결국 '변화'이다. 그래서 관성을 변화하지 않으려는 경우에 전부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도 모든 변화가 다 좋은 것은 아니며, 모든 정체가 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알짜힘의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정지된 물체에 작용하는 힘들이 정확히 평형을 이룰 때도 작용하는 힘이 0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평형을 이루도록 작용하는 힘은 좀 다르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변화하기를 거부하며 그저 익숙한 방식으로 어떤 힘도 들이지 않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변할거야 : 2법칙 [가속도의 법칙]
어떤 물체에 힘이 작용한다는 말은 그 물체가 가속운동을 한다는 말과 같다. 일정한 힘이 작용하는 물체의 운동은 곧 등가속도운동이며, 운동 중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변하면 가속도 역시 변하게 된다. 가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갖는 물리량이기 때문에 속력이 증가하는 운동과 감소하는 운동 모두 가속운동이라 할 수 있다. 속도가 감소하는 운동은 가속도가 음의 값을 갖는 경우이며, 속도가 0이 될 때까지 같은 운동 방향을 유지하다가 멈춘 후 기존 운동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힘의 방향과 물체의 운동방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속도가 감소되는 경우는 운동방향과 힘의 방향이 반대가 된다. 또한 속력이 일정하더라도 운동방향이 바뀌는 경우 역시 속도 변화가 있는 가속 운동이라고 할 수있다.
힘이 작용할 때의 물체의 운동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일정한 힘이 작용하는 등가속도 직선운동을 예로 들 수 있다. 등가속도 직선운동에서 처음 속도가 5m/s 이고, 가속도가 1m/s^2라면 10초 후의 이 물체의 속도는 5(처음속도)+10(가속도*운동시간)=15m/s 가 된다. 이 때, 10초동안 이동한 거리를 구할 수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간-속도의 그래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림 1. 시간과 속도의 그래프 (비상교육, [완자 물리학I], 26P) 이 그래프에서 기울기는 가속도를 의미하며, 등가속도 직선운동의 경우, 기울기 값이 일정하다. 그리고 직선 아래의 면적이 곧 이동 거리를 의미하며,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래쪽 직사각형의 넓이와 위쪽 직각삼각형의 넓이로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속도가 5m/s인 물체가 1m/s^2의 가속도로 등가속도 직선운동을 할 때의 이동거리는 50(직사각형의 넓이)+50(직각삼각형의 넓이)=100m 가 된다. 이는 10초 동안의 평균 속도를 이용해서도 구할 수 있는데, 등가속도직선운동을 하는 물체의 평균속도는 처음속도와 10초일때의 속도를 더한 값을 2로 나누어 구할 수 있다((5+15)/2=10m/s). 그러므로 등가속도 직선운동을 하는 물체의 평균속도를 알면, 평균속도에 시간을 곱하여 구할 수 있다.
운동방정식 F=ma에서 힘은 질량과 가속도에 비례하는 관계에 있다. 이 식에서 보면, 같은 힘이 작용하더라도 물체의 질량이 다르면 가속도도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질량과 가속도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같은 힘이 작용할 때 질량이 큰 물체는 가속도가 작고, 질량이 작은 물체는 가속도가 크다. 앞서 가속도의 특징은 '변화'에 있다고 말했는데, 인생에서도 큰 변화를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한 법이며, 변화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가지 문제와 걱정거리들이 많을 때는 질량이 큰 물체처럼 변화의 정도가 작을 수 밖에 없다.(물론, 뉴턴의 운동 법칙에서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 즉 마찰력이나 공기의 저항과 같은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에 실제 운동과는 다르다) 사람마다 느끼는 삶의 무게는 다르기에 똑같은 정도의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힘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변화를 어떤 사람은 무척 큰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무거운 인생도 계속 힘을 들이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더 큰 힘을 낼 수 있게 되어 더 큰 변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변화는 너의 변화이기도 해 : 3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
힘을 받아 운동하는 물체가 정지해 있거나 운동하고 있는 다른 물체에 충돌하게 되면, 두 물체 모두 운동상태가 변하게 된다. 이 때 충돌한 두 물체는 같은 크기의 힘을 서로에게(반대방향으로) 작용하게 한다. 이와 같은 경우는 1법칙에서 정지관성 상태에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들과는 차이가 있다. 정지관성은 한 물체에 작용하는 같은 크기의 두 힘이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라면, 작용 반작용의 경우는 두 물체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힘이 작용하여 두 물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 이 힘은 두 물체를 모두 변화시킬 수 있다. 작용반작용은 세워진 벽처럼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대상과 충돌한 경우에도 작용하는데, 벽은 정지관성 상태에 있어서 변화하지 않지만 벽에 부딪친 물체는 반대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변화의 동력은 자신에게만 영향을 주고 끝나지 않는다. 내가 접촉하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영향을 주어 변화되게 하며, 심지어 꿈쩍도 하지 않는 장애물에 부딪친 때에도 나 자신은 변화할 수 있다.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더라도 벽에 한번 부딪쳐보면 나 자신은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전에는 작용 반작용 관계를 그저 적당히 상호작용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작용 반작용 관계에서 변화의 정도는 충돌하는 두 개체에게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충돌한 두 대상 중에 변화가 작은 쪽이 있다면 다른 것은 많이 변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변화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기 위해 접촉을 했는데, 그가 변하지 않는다면 내 자신이 더욱 변화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이 법칙에는 마찰로 인한 열손실은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 부딪쳐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뉴턴의 운동법칙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려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내용이 자꾸 산으로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 쓴 나 자신에게는 만족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얕은 지식이라도 얻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글이 한번의 충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