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가진 사람은 위대하다

남들이 부정적으로 말해도 나까지 그렇게 믿을 필요는 없다

by 서규원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만났다. 나는 이 책을 매우 천천히 읽은 편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100페이지는 순식간에 읽어 나갔다. 그만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매우 흥미를 끄는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는 좋은 책이었다. 스테파니 버지스의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일 뿐만 아니라 성장기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꼭 읽어 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그냥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고, 이 책의 이야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꼭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원래는 드래곤이지만 인간이 되어버린 한 소녀 어벤추린이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자기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전한 동굴을 나왔지만, 나오자 마자 처음 만난 인간에게 속아서 작은 소녀가 되어버린다. 그녀의 겉모습은 순식간에 드래곤에서 작은 소녀가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드래곤이었다. 겉모습이 변했다고 그녀 자체가 변한 건 아니었다. 나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고, 모두가 꼭 생각해 봤으면 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해 정체성에 대한 것인데, 겉모습과 처한 환경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가치는 오직 자신이 스스로에게 매기는 것이다. 겉모습이 바뀌면 달라지는 것이 많은데, 특히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같은 능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에 근육을 불리고 힘이 더 세지게 되면, 건강한 신체를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런 신체 변화만으로도 능력은 변할 수 있는데, 어벤추린의 경우에는 그런 차원의 변화가 아니었다. 드래곤에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은 드래곤으로서 지금까지 해냈던 모든 일들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누리던 모든 환경이 바뀌었다. 자신을 보호해 주는 가족들이 더 이상 곁에 없고, 철저히 낯선 인간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객관적인 상황이 너무 나빠져서 누구나 좌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드래곤의 정체성을 지켰다. 그 증거가 이 책에서는 여러 개가 나오는데, 첫째는 그녀의 이름이었다. 어벤추린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낯선 이름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에바’라는 이름이 더 유리했지만 그녀는 드래곤이었을 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름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원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나는 드래곤이다’라는 말처럼 ‘어벤추린’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도 매우 강하게 느껴졌다.



"내 이름은..... 어벤추린이에요." 132p.




그녀의 비늘 옷 역시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정체성을 대변해준다. 그녀는 비늘 옷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고, 잠시 낙담 가운데 있는 중에도 그 비늘 옷을 생각했다. 사람들의 유행과는 한참 차이가 나는 독특하고 화려한 무늬의 그 옷은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겉모습은 작은 소녀의 모습이지만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흔적이 그 비늘 옷에 남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과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저자가 주인공의 눈동자를 황금색으로 설정했다는 세심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겉모습은 작은 소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 부위 중에서 한 부분만은 그녀가 드래곤임을 숨길 수 없는 증거로 남겨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눈동자다. 우리 신체는 모두 소중하고 각각의 특별한 기능들이 있는데 특별히 심장이나 뇌와 같은 기관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부위 중에서 눈동자를 특별하게 설정한 것이 정말 좋았다고 느꼈다. 게다가 황금색이라면 그 색이 나타내는 숭고하고 고귀한 가치를 떠올릴 수 있어 매우 좋은 설정이었다고 생각했다.



드래곤인 그녀를 매료시킨 것이 초콜릿이었다. 그녀는 처음 초콜릿을 맛보고 삶을 다하여 추구해야 할 목적을 찾았다. 그녀는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초콜릿을 사명과 연결시킨 것이 너무(진짜 너무) 좋았다고 생각한다. 초콜릿을 떠올릴 때 불량식품이나 치아를 상하게 하는 원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초콜릿을 떠올리면 입 안에서 녹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생각나고 그로 인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어벤추린이 초콜릿을 맛보았을 때 그런 황홀감을 느낀 것처럼 초콜릿은 인생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다.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것이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우리들의 초콜릿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초콜릿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초콜릿 공방의 수련생이 되었고 시련도 있었다. 그녀는 초콜릿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즐기면서 열정을 다했다. 휴가를 가는 것 조차도 그녀에게는 불만 거리였으니 그녀의 초콜릿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 초콜릿을 만들었을 때, 그녀만의 사명이었던 그 의미가 폭발하게 된다. 그녀의 절친 실케는 어벤츄린이 만든 핫초콜릿을 맛보고 그녀의 꿈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어벤추린의 꿈, 그녀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저는 겁먹지 않았는데요. 일하기도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이 흘려보내려니 너무, 너무 짜증이 날 뿐이라고요!" 134p.
"그리고 광고 전단을 썼던 네 친구는...... 그 애는 그날 네가 만든 핫초콜릿을 두 잔이나 마신 뒤로 줄곧 우리 초콜릿 공방을 살려야 한다고 난리법석이야. 우리가 망하다는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나 봐" 238p.




어벤추린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는 위기도 있었다. 그녀는 낙담하였고, 자기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 순간 야속하게도 자신을 어리게만 봤던 가족들의 말이 떠올랐고,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한 자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의 말도 생각났다. 누구나 자기가 듣는 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인해 실망하고 좌절한 상황이라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고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어벤추린 역시 한 때 그렇게 믿었고, 거짓된 두려움에 사로잡혔지만 친구인 실케의 우정과 스승인 마리나의 신뢰 덕분에 좌절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나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친구와 스승을 보며 내 삶의 친구와 멘토들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힘들고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주변으로부터 자주 부정적인 평가를 듣는다 해도 자신마저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영원히 안전한 곳에 숨어만 있을래? 아니면 이미 쉬어 버린 네 삶의 한 부분은 내다 버리고, 새 반죽을 만들어서 그걸로 최대한 훌륭한 결과물을 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워 볼래?"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드래곤의 맹렬한 포효와 함께 나는 두 팔을 뻗어 그레타의 시장바구니를 최대한 멀리 내던졌다. 초콧릿을 향한 나의 사명을 온 마음으로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239-240p.



사명을 가진 사람은 정말 위대하다. 어벤추린은 사명을 가지고 있었고 매우 의미있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데, 나는 그녀가 가진 리더쉽에 주목을 했다. 그녀는 드래곤이었지만 꿈을 위해 기꺼이 인간세상의 일원이 되었다. 초콜릿 공방을 자신의 집으로 인식했고, 드라헨부르크 시를 자기의 영토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도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직 자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했고, 그것을 위해 행동으로 실천했다.



이 책에서 특별히 내 주의를 끈 장면이 있다. 인간 왕국과 드래곤들의 접촉점에는 두명의 소녀들, 어벤추린과 소피아가 그 중심에 있다. 서로 다른 두 편을 평화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데 이 둘의 역할이 중요했다. 어벤추린은 어떻게든 자기 가족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했고, 소피아 공주는 왕국의 전투마법사들이 불필요하게 드래곤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했다. 소피아 공주는 드래곤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기 할 말을 하는 모습에서 주인공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에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해 나가기 위해 설정한 것들을 발견해가는 것이 즐거웠고 인물들의 대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의미와 재미에 감동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 중간 소소한 재미까지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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