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친한 친구가 결정적 도움이 된다

친구의친구의친구의친구의친구의친구의친구의......

by 서규원

어렸을 적, 어른들로부터 종종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훌륭한 사람의 모습을 인간관계가 넓은 사람으로 표현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정확히 어떤 이야기였는지 다 기억나진 않지만 요점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면 훌륭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부유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이 말을 생각해보면, 도덕적인 관점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사람의 외모나 능력이나 다른 외적 요인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면 안된다는 정도의 의미로 이야기하셨던 것 같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복음을 들으며 자랐던 나는 기독교인으로써 사람을 사귈 때,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갖고 사귀는 일 역시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배우며 자랐다. 이런 가르침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는 마음 자체가 그릇된 마음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고, 인간관계를 통제하려는 마음 자체에 대해 죄악시하는 경향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질 못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인간관계의 규모는 많아야 10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더 넓은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고, 친밀하지 않은 인간관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예전에 좀 친하게 알고 지내다가 어떤 계기로 연락이 뜸해져서 이제는 더 이상 서로의 소식을 모르는 사람의 경우는 처음부터 아예 모르는 관계에 있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끔 오래된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연락이 뜸하다가 갑자기 연락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상대방도 오래전 친구에게서 연락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해 연락을 해볼 시도조차 안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버커스의 책 [친구의 친구]에서는 나의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줄 충격적인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내 스스로 나의 인간관계에서의 한계를 정해두고 있었다.

"70억을 넘어 계속 늘고 있는 인류 집합의 전체는 한마디로 얽히고 설키며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인적 네트워크다. 모든 사람이 친구의 친구인 것이다. 설령 우리가 아직 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새로이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그 네트워크에서 길을 찾아가게 해준다. 누구를 선택하든, 그 사람은 또 우리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다.” 78p (2장. 당신의 네트워크를 큰 그림으로 보라)


나는 내 인생에서 그래도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친구들이 30명 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했었다. 70억과 30명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것이다. 지금 현재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친구다. 그 친구는 나를 모르고 나 역시 그 친구를 모르지만 인류라고 하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특히 몇 번의 친구 관계를 거치면 우리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 SNS를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자 가운데는 슈퍼 네트워커들이 존재한다. 또한 인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봤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인맥을 만드는 것이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영향력있는 사람들에게 아부를 함으로 개인의 영달을 얻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은 잘못이었다.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개인의 발전과 새로운 분야로 역량을 넓혀나가는데 너무나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성공적인 영화제작자가 된 브라이언 그레이저는 어렵게 성사시킨 루 와서맨과의 단 10분의 만남에서 그의 커리어를 결정짓는 혁신적인 순간을 맞았다.


그 때 와서맨이 그에게 해준 조언은 “가서 뭔가를 글로 적으세요. 아이디어는 당신이 가져와야 합니다” 였다. 이 조언이 그의 인생을 영화제작자의 길로 바꾼 위대한 한 마디가 되었다. (176p.)

우리의 인생에도 예상치 못한 인맥을 통해 결정적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은 소홀히 여기고 있을지 모르는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친구가 그 역할을 해줄지도 모른다. 평소에 자주 만나고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친한 친구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심리적인 위안을 줄 수는 있을지라도 그 상황을 반전시킬 도움을 줄 가능성은 적다. 일단 서로의 형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상 범위를 넘는 도움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그런 도움이 올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가 계속 연결되어 있고 나의 사정을 그 친구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나의 경우 내가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주도하지 않다보니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은 기억이 없다. 나도 그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친구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가끔씩이라도 이어갔다면 내 삶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들을 앞으로 놓치고 싶지 않다. 더 발전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친구의 친구]의 저자 데이비트 버커스는 빈틈을 채워주는 브로커가 되라고 조언한다.


"브로커가 되어 구조적 빈틈들을 메우고 서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을 ‘조직의 이단아들”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대부분의 직원처럼 꾸준히 사다리를 오르는 커리어 경로를 좇는 대신 통상적이지 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고,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여러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는 “커리어가 여러 그룹에 걸쳐 있을수록, 연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던 카테고리들을 연결해줄 확률이 더 높다”라고 적었다.” 104p. (3장. 빈틈을 채워주는 브로커가 되라)

조직의 이단아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통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다양한 경력을 갖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은 사일로(비슷한 분야에 속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매몰되는 것)에 빠지지 않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인간관계를 다시 돌아봤다. 결혼 후 더욱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지는 현실 속에서 내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직장과 교회로 압축된다. 그나마 교회를 다니면서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일하는 분야의 사람들과 더 깊고 넓은 인맥을 형성하지 못한 것과 더 다양한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반성할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건, 자기 계발이건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네트워크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필수가 되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온 말이 참 의미심장하다.





“당신이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책 제목인 ’친구의 친구‘는 곧 우리의 미래다.





photo by Louis Reed on Unsplash



#인맥 #인적네트워크 #친구 #약한유대관계 #친구의친구 #친구의친구의친구의친구 #슈퍼커넥터 #데이비드 버커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