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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Oct 30. 2019

정의로운 사회

영유아 사망률이 의미하는 것은

  나는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마도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지향하는 사회도 정의로운 사회일 거라고 믿는다. 정의로운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일텐데 이것은 생각보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어느 사회든지 그 사회 구성원들의 환경과 조건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태어나는 순간부터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완벽하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의 질서를 최악의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맞추는 것도 정의로운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해 생기는 역차별과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있을 수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질서는 다수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계속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 사회가 얼마나 정의로운지를 판단하는 척도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5세 미만 어린이들의 연 사망률의 변화를 통해 판단해볼 수가 있다[1]. 나는 5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망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왜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정의로운 사회는 일단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가 말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과거에 故 하용조 목사님의 설교에서 들은 가난에 대한 말이 생각난다(그가 직접 한 말일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했을 수도 있다).


 '가난은 가진 것이 부족하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비참한 것은 가질 기회조차 얻지 못할 때이다.'


    일단 모두가 기회라는 것을 가져볼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동등한 기회를 준 것만으로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에 부족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은 출발선이 같지 않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에서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될 수 있다. 나는 기회라는 말을 돌봄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구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률은 1950년에 비해 70% 이상 감소하였다[2]. 분명 수치 보면 과거에 비해 많은 어린이들이 생존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간, 지역간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2017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의 93%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17년간 발생한 어린이 사망의 58%는 예방할 수 있는 사례였다. 만약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난 아이가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만큼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99개의 저소득 국가의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에 대한 지도; a. 2000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 b. 2017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 c,d. 생략 [2]



 

  지구에서 남북으로 가장 긴 나라인 칠레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건강하고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칠레는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률이 극적으로 감소한 나라 중 하나다. 칠레는 1961년에 비해 2018년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률이 95%가량 감소하였다. 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의 인권고등판무관이자 전 칠레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는 칠레를 더욱 정의로운 사회로 바꾸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했고, 아픈 아이들에게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임산부의 건강을 챙기고,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또한 교육기관에 제공되는 급식의 질을 높이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에 큰 관심을 둔 것이다. 나는 한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가정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건강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의 법과 질서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칠레는 가정을 위한 정책방향을 바람직하게 설정한 예라고 생각된다. 



  티파니 보바의 책 [그로스 아이큐]에서는 성공을 위한 10가지 경로 가운데 마지막 경로로 ‘비인습적 전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사례로 나온 기업이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탐스 슈즈’이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자기네 신발을 한 켤레 구입할 때마다 아르헨티나와 기타 개발도상국 아동들에게 새 신발 한 켤레를 무료로 제공하였다. 당연히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전략은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신발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심리적 만족을 줄 수가 있다. 사람에게는 대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자신에게는 실질적인 손해가 없고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선뜻 신발을 구매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동이 질병을 앓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신발을 신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빌 게이츠 역시 블레이크의 사업 계획을 도덕적 측면에서 지지하였다[3].






  나는 개발도상국 나라들이 적어도 인생의 기회도 채 갖지 못한 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는 평균적으로 국민 한사람에게 지원되는 자원보다 더 많은 것들을 기꺼이 제공하는 나라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5세 미만의 아이 둘의 아빠이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나라는 위의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가정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3058-6 (Data on child deaths are a call for justice)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545-0 (Mapping 123 million neonatal, infant and child deaths between 2000 and 2017)

[3] 티파니 보바, 그로스 아이큐, 351p.




Photo by Joel & Jasmin Førestbir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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