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씹어먹기 위한 사전계획

영어 명언 해부학

by 서규원

1.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이유


영어를 왜 이토록 신경쓰면서 살아왔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언제부터 영어를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알파벳을 처음 접한 건 언제였는지 생각도 안난다. 기억나는 한조각의 장면은 아주 어렸을 적 집에 있던 책받침의 뒷면에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책에 글씨를 쓸 때마다 연필자국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책받침을 사용했었다.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진 책받침이 있었는데, 나는 철인 28호라는 일본 만화영화의 로봇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갖고 있었다. 그 책받침의 뒷면에는 알파벳이 대문자와 소문자가 적혀 있었고, 나는 영어 알파벳을 입으로 말하고 쓰는 것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학교에서는 영어수업이 없었고, 나는 중학교 입학을 하면서 처음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영어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정직하게 공부한만큼 성적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더 열심히 해서 영어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학에 가서야 영어를 잘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입생 때는 온통 교양과목만 들어서 잘 몰랐는데, 2학년 때 들은 첫번째 전공과목부터 원서로 공부를 해야 했다. 다행히 모든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을 때라서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 것 정도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나중에 고생할 거라는 것을 그 때는 미처 몰랐다. 전공수업보다는 대학 때 처음 간 일본여행에서 바보처럼 한마디도 못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 일본 교토에서 만난 태국 출신의 '카오' 라는 남학생과 잠깐 여행을 같이 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선배는 영어로 매우 대화를 잘하는데, 나는 벙어리처럼 옆에 서 있었다. 간단한 대답도 제대로 못해서 옆 사람이 대신 말해줬다. 나는 대한민국을 벗어나보고 나서야 나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 영어에 대한 일종의 열등의식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영어를 잘 하게 된다면 매우 멋진 사람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이유는 처음 배낭여행을 했던 때나 지금이나 멋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가 큰 이유이다. 지금도 스스로 매우 불만스러운 영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이제는 내 생각 정도는 어설프게 표현할 수 있고, 그 동안 얼굴도 좀 두꺼워져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일상적인 대화쯤은 짧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그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고 싶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기술이 더욱 발달해서 통역과 번역이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되고, 뇌과학이 발전해서 텔레파시로 아무 오류없이 직접 생각을 교류할 수 있게 된다면 언어학습이 필요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는 나중에 올 것이다. 미래를 기다리기보다 그냥 지금 공부하려고 한다. 더 멋진 사람이 되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2. 희망하는 영어 수준


원활한 의사소통 단계가 지향하는 목표점이다. 내가 그리는 영어 구사 수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자면, 영어권 친구와 자막없이 코메디 영화를 보면서 함께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되려면 단순히 언어 구사 능력 뿐 아니라 그 문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달에 두꺼운 원서 한 권 정도는 가볍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두꺼운 책은 500페이지 이상이다. 또한 한글로 서평을 쓰듯이 영어로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 영어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블로그 계정을 만들어서 내가 쓰는 글을 외국인들도 구독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TED 같은 대중 강연에 나가서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나는 아르헨티나 출신 강연자가 모국어가 스페인어임에도 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노르웨이 출신 강연자 역시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았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영어를 잘 구사하는 유럽 사람들, 라틴 사람들 수준까지는 구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3. 최종단계로 가기까지 단계 쪼개기


단계를 어떻게 쪼갤 수 있는지 고민이 된다. 영어학습에는 수준차가 있지만 그것을 구분하는 경계는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영어 학습에서 현재 집중해야 할 영역을 먼저 결정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에서 한 두개만 정해서 하려고 했는데, 계속 고민이 된다. 읽기와 쓰기를 중심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읽기를 50, 쓰기를 30, 듣기와 말하기를 각각 10씩 해서 시작해볼 생각이다.


나는 지금껏 내 전공분야 외에는 다른 영어로 된 글들을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은 다양한 분야의 검증된 글들을 접해보는 단계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짧은 경험에도 원어민이 작성한 글과 비영어권 사람이 작성한 글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쓴 영어문장은 읽기에 아주 편했던 것 같다. 뭔가 익숙한 패턴의 글과 사용되는 어휘도 다양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원어민의 표현방식을 접하는 단계(접촉)부터 시작해서 그런 표현들을 자주 접해서 익숙해지는 단계(적응)로 발전시키고 그런 표현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단계(응용)까지 나아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는 영어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이 목표인데, 처음에는 하나의 완성된 문장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7-8문장으로 한 단락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단계까지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7-8 단락으로 구성된 논리적인 한 편의 짧은 글을 작성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키고 싶다.



4. 향후 한달간의 가시적 목표 설정


영어 학습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을 해봤다. 결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글의 내용을 떠나서 일단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형태의 글이 무엇인지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언들은 그 말을 한 사람이 유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장 자체가 좋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명언을 살펴보고 문장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자세하게 해부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 명언에 나오는 단어들은 모두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하게 된 배경과 그 말을 한 사람에 대한 정보도 간략하게 소개해볼까 한다. 하루에 명언 하나씩 외워서 30일 동안 30개의 명언을 기억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pass 조건 - 명언 1개 암기, 단어정리해서 인증하기

선택사항 - 명언에 사용된 문법 소개

한달 목표 - 총 30일 중 30일 모두 인증하기 (30일- GOOD, 20-29일- SO-SO, 19일 이하- BAD).





Photo by William Warb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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