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을 읽고

'박철순' 삶과 죽음 존재와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

by 현월안



산다는 것은
끝까지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일
한 생이 다 타버릴 때까지
자기 이름을 지키며
자기 그림자와 함께 걷는 일


인간은 늘 충분하지 않은 채로 태어나
부족함을 안고 시간을 건넌다
손에 쥔 것은 늘 모자라고
마음은 언제나 한 발 늦다
그러나 삶은 말한다
비어 있음이야말로
다시 세울 수 있는 자리라고


풍요는 때때로 나를 나약하게 하지만
결핍은 나를 깨운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마음보다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더 단단하게 만든다
삶은 고요히, 그러나 분명히 가르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한 그릇의 밥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이 있고
한 번의 숨결 뒤에는
자연의 오래된 인내가 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받아온 것들을 기억하는 일이며
그 기억 위에 책임을 얹는 일이다,


다음 사람이 조금 덜 아프도록
길가의 돌부리를 옮기는 일
그것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그 작은 몸짓이
나를 구원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배운다


삶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마침내
어떻게 떠날 것인가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남은 시간을
더 정직하게 쓰겠다는 다짐이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수록
삶은 오히려 선명해진다
사소한 하루가 귀해지고
평범한 순간이 빛난다
그제야 안다
산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가 아니라
오늘을 끝까지 살아내는 용기임을,


이 책의 내용은
그리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남아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두드린다
희망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작은 불씨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인간은
불완전한 몸으로
불확실한 길 위에 서서
서로에게 기대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끝까지
사유하며 또 사랑하며

살아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