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삶과 죽음과 시와 번뇌
글을 쓰는 것은 습관처럼 남아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숙명이었다
버리고 돌아서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돌아오면 마치 처음인 양 낯을 가렸다
쓰는 것을 신앙처럼 붙든 적은 없으나
글이 없는 날들은 더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그것은 열정이고 체질에 가까웠고
선택이 아니라 귀결에 가까웠다
삶은 자주 고통으로 밀어내고
절망이라는 단어를 더 정확하게 가르쳤다
불확실한 희망보다 확실한 절망이
차라리 정직하다고 믿었던 시간들
그러나 절망은 끝내 머무를 집이 되지 못했고
그곳에 오래 있으면 숨이 막혔고
숨이 막히는 곳에서는 다시
살아야 한다는 이유가 생겨났다
죽음은 늘 가까이 있었으나
작가는 끝내 죽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본 채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 쪽을 택했다
죽음이 습관처럼 쥐고있던 시간을 지나
죽음마저 사라지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남은 것은 뜻밖에도
만질 수 있는 삶, 지금의 호흡,
그곳에 놓인 몸뿐이었다고,
삶은 위대하지 않아도 되고
고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만 떠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고
수시로 도망치다가도
아주 떠나지는 못한 채 돌아오는 일,
그 어정쩡한 왕복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졌다
떠남과 귀환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처럼
마음은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되었다고
글을 쓰고 나면 다시 읽고 싶지 않았고
읽지 않으려 애쓸수록
문장은 몸속에서 더 또렷해졌다
믿지 않는 것들 속으로
천연덕스럽게 되돌아오며
단 하나, 실현될 수 없음을 아는 어떤 믿음만을
끝내 버리지 못한 채로
그 믿음이 글을 쓰게 했고
글이 다시 삶으로 돌아오게 했다고,
산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끝내 떠나지 않는 선택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 입 안에 남아 있다면
이미 살아 있는 쪽에 서 있다고,
그래서 오늘도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꿈꾼다
이미 수없이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처음처럼,
다시, 삶이라는 자리돌아가는
작가 삶의 숨막히는 결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