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겹의 추위가 한 겹 결심 위에 포개지고
큰 강이 얼 때
한 번에 얼지 않는다
강물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얼었다 풀리고, 부서졌다가
다시 서로 가장자리를 여민다
처음의 추위는 늘 얇아서
너무 여린
그 경계에서
강물은 수없이 흘러가며
모양을 다듬는다
깨진 조각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하루가 지나고 흘러가지만
세상이 잦아들 무렵
비로소 알게 된다
단단함은
서로의 다름을 끝내 포기하지 않은
긴 합의의 결과라는 것을
글을 쓰는 이들은
생각을 곱씹으며 사유를 겨루듯
강물도 그렇게
서로의 논리를 부딪치며
침묵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멈추지 않는다
몇 겹의 추위가
한 겹의 결심 위에 포개지고
깊은 밤의 사유가 끝난 뒤에야
강물은 하나의 문장이 된다
평평하고 두꺼운
그러나 언제든 다시 읽힐 수 있는 문장,
강물의 흐름을 품은 채
잠시 호흡을 고른 것임을
얼음은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투명해진다
겨울을 지탱하던 단단함은
다시 풀어야 할 때가 오면
아래에서,
얼음 밑 여전히 흐르는
느린 속도에서
봄은 시작된다
그 얼음이 녹는 순서는
의지가 아니라 의식에 가깝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순리
때가 되고
햇살이 비치면 해동할 것이라는 믿음,
나뭇가지들은
빛을 두고 여전히 분분하지만
지상의 결빙이 풀려야
햇빛도 비로소
따뜻해진다는 것을 안다
삶도
단단해지기 위해
몇 번은 부서져야 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놓아야 할 순간에는
흐름에게 맡겨둔다
그러니 쩡쩡 얼어붙은 그 이유를
너무 묻지 않기로 한다
지금의 침묵은
영원이 아닐 테니까
겨울은 늘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시간을 건너간다
부서짐을 지나
다시 이어 붙으며
마침내,
저마다의 그 깊은 은유를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