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맛의 기억

엄마 만두 맛의 기억

by 현월안




엄마 맛 기억을 더듬어 만두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만두를 빚는 모습을 보면 늘 같은 의문을 있었다. 저 번거로운 일을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뚝딱 해내실까. 밀가루를 반죽하고, 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하나하나 여미는 그 과정이 내 눈에는 수고롭고 번거로운 노동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만두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고 그리 번거롭지 않게 느껴질 만큼 나이가 되었다.



만두는 맛이고 먼저 손의 감각을 조용히 깨운다. 둥근 만두피를 손바닥에 올려놓는 순간, 손은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가운데 소를 얹고, 가장자리를 맞대어 조심스레 여민다. 평평했던 피가 접히고 안이 생기고, 비어 있던 공간은 맛으로 가득 채워진다. 반달 모양으로 접어 주름을 잡을 수도 있고, 동그랗게 오므려 복주머니를 만들 수도 있다. 만두는 모양을 만드는 음식이고 시간을 접는 일이다. 손끝에서 내 시간이 접히고 순간이 겹쳐진다.



고기와 채소를 넉넉히 넣은 담백하고 칼칼한 소를 만들고, 채수로 우려낸 국물에 만두를 넣어 끓이면 만둣국은 맑고 깊은 맛을 낸다. 그 맛에는 요령보다 마음이 먼저 배어 있다. 예쁘게 만들고 싶은 마음과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것을 떠올리며 맛을 낸다. 엄마는 만두를 만드는 여러 과정을 즐기셨고 함께하는 그 시간을 더 애정하셨다.



그 옛날, 엄마랑 만두를 만들면 가족들은 상에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만두피가 벌어지지 않게 가장자리에 물을 바르라는 말, 소를 너무 많이 넣으면 터진다는 농담, 주름이 삐뚤어졌다고 웃음이 터지던 순간들.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어설픔마저 한 상에 올려졌다. 그때 나누던 이야기는 마냥 행복한 이야기들

이었다. 웃음이 있었고 함께 한다는 정이 있었다. 그때 그 시간 안에는 웃음을 가득 담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종갓집 종부였던 엄마의 손맛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손맛이었다. 그 손맛의 비밀은 특별한 비밀보다 그저 엄마가 가진 온기였다. 엄마의 손에는 늘 여유가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아끼지 않고, 덜어내기보다 더 듬뿍 내어 놓는 손길. 그 손길로 빚어진 만두 맛은 특별했다. 만두를 빚을 때면, 사랑스럽고 지긋이 미소 짓던 엄마의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말없이도 다 안다는 듯한 그 눈빛,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모든 걸 품어주는 그 푸근한 엄마만 있는 체취.



엄마는 이제 먼 길을 떠나 이 세상에 안 계신다. 하지만 만두를 만들 때마다, 엄마의 정이 그립다. 내가 기억하기도 전에 먼저 만두를 빚던 엄마의 손길이, 내 손을 통해 다시 움직인다. 그래서 가끔 만두를 만들어 먹는다. 사실 만두를 만드는 것은 그리 번거롭지 않다. 마음먹기에 달렸고 엄마가 오래전에 가르쳐 준 비법을 더듬어가며 즐겁게 만든다.



가끔 엄마를 닮은 만두를 빚는다. 주름의 간격, 소의 넉넉함, 조심스럽게 여미는 습관까지. 흉내 내려고 애쓰기도 하고 또 삶은 그렇게 닮아간다. 만두 만드는 기술도 조금 늘고 시간은 더해지니까 만두의 맛도 조금씩 깊어진다. 그것은 요리 실력이 늘어서라기보다,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더 여유로운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두는 삶과 닮았다. 비어 있는 피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어떻게 여미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완벽하게 빚으려 할수록 터지기 쉽고, 조금 부족해 보여도 정성껏 여민 것은 끝내 그 모습을 지킨다. 너무 많은 욕심은 터짐으로 남고, 적당한 여백은 오래 버티는 힘이 된다. 엄마는 그 철학을 이미 알고 몸소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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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안다. 만두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별미이고 사랑을 반복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내고, 그 온기를 데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가끔 식구들과 만두를 빚는다. 엄마의 정을 듬뿍 담아서 다시 여유 있게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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