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무너지는 약한 존재
감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알듯, 감기는 오기 전 이미 몸은 작은 신호를 보낸다. 어딘가 아프고 몸이 잔잔하게 떨리고 이유 없이 피곤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순간들. 몸은 늘 먼저 신호를 보낸다. 그렇지만 그 정직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다.
사람 몸은 신비로울 만큼 섬세한 감각 기관이다. 예상치 못한 위협 앞에서 심장은 먼저 뛰고 손바닥에는 땀이 나고, 근육은 미세하게 긴장한다. 어떤 때는 뇌가 판단하기도 전에 몸은 이미 결정을 내린다. 몸이 탈이 나면 조심해야 하고 좀 쉬어야 하는데 그 속삭임을 종종 무시하게 된다.
피곤함은 커피 몇 잔으로 밀어내고, 아픈 통증은 약으로 잠시 잊어버린다. 잠을 미루면서도 해야 할 생각을 다 끝내지 못하고 새벽으로 치닿는다. 그리고 끝내 몸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며칠 전 독하게 감기에 걸려 며칠을 앓아누웠다. 예전 같았으면 약 한 번, 주사 한 번이면 금세 털고 일어났을 텐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내 안에 담긴 세월이 어느새 무게를 더해 간다는 것을 몸이 조용히 알려준다. 젊을 때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도 견딜 힘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자연의 흐름 앞에서는 모든 것이 느슨해진다. 회복의 속도도 그렇고, 일상의 리듬도 그리고 마음도 그렇다.
감기에 걸려 누워 있는 동안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따스한 손길이 있었다. 물을 옆에 가져다주고, 이불을 덮어 주고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는 모습들. 그 작은 손길들이 어쩌면 가장 큰 약이었음을 알게 된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동안, 가족은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구나 싶다. 서로를 지킨다는 건, 거창한 것보다 일상의 온기를 건네는 일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약해지는 것이고 더 세심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무리하기보다 멈출 줄 알고, 나를 아껴야 한다는 것을 천천히 배워간다. 그리고 자연의 이치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올 겨울 두 번이나 감기에 걸렸다. 어쩌면 겨울 내내 조심하라는 몸의 작은 안내일 것이다. 겨울에는 몸을 더 챙기고,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고, 싸늘한 바람에 오래 노출되기 않아야 하고, 사소한 것이지만 내 몸과 마음을 살펴야 한다.
건강을 살피는 것 또한 삶을 사랑하는 일이다. 몸은 늘 나보다 먼저 안다. 그리고 나를 먼저 지키려 한다. 이제는 그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몸의 소리에 부드럽게 귀 기울이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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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서 몸이 전하는 정직한 신호를 들으며, 한겨울 바람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건강을 챙기는 일이야말로 삶을 사랑하는 가장 고요하고 깊은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