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댄스를 배우며 알게 되는 것들
새해가 오면 어김없이 새로운 결심을 한다. 어제와 다른 뭔가 새로워지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결심은 의지이고 새해가 주는 새로움이다. 그래서 이번 새해에는 다르게 마음먹었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올겨울 유난히 집밥에 충실했다. 적당한 고기와 갖가지 나물 반찬으로 차린 집밥에 진심이었다. 따뜻한 국과 흰 찰밥 한 공기가 얼마나 맛있던지. 그 성실함으로 몸이 조금 불었다. 몸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숫자가 조금 올라간 것을 핑계 삼아, 한동안 느슨해졌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요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져 타이트한 재즈댄스를 추가했다. 일주일에 세 번이다. 일정도 적당하고, 의지도 제법 큰 결심이다. 몸치라서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지만 건강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
춤을 배운다는 것은 내 몸이 어떤 리듬으로 살아왔는지를 점검하는 일이고, 신체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발화하는 연습이다. 그동안 머리로 생각한 만큼만 움직여 왔다. 몸은 늘 뒤처져 있었고, 그 사실을 애써 모른 척했다. 이번에는 그 리듬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
재즈댄스 연습실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스트레칭을 하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업 전 강사가 '댄스해 보신 분' 하고 물었을 때, 여기저기서 발레를 조금, 재즈를 잠깐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완전 처음이라는 표정이 내 몸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되었다. 뻑뻑한 어깨를 돌리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또 동작을 외우는 일이었다. 전문용어가 쏟아졌고, 강사는 쉼 없이 카운트를 외치며 강도 있게 밀어붙이며 기선 제압을 했다. 내 몸은 뜻은 알아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문장처럼 자꾸만 삐걱거렸다. 거울 속의 나는 우아한 백조들 사이에서 혼자만 뒤뚱거리는 오리 같았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웃음은 민망함을 덜어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게 박자를 타는 사람 뒤뚱거리는 사람과 섞여 있었다. 빠르게 따라 하는 사람들은 몸이 먼저 음악을 알아보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반면 나는 한 박자, 아니 두 박자씩 놓쳤다. 허둥지둥 따라가다 보면 이미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있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아주 현실적이었다. '환불할까' 그 생각에 다시 웃음이 났다. 웃음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내가 느낀 당황의 정체는 단순했다. 재즈댄스입문이라는 말에 기대어 나에게 허락된 변명이 들통났다는 민망함이었다. 초보 재즈댄스라는 단어 뒤에 숨어있는 시간들. 하지만 몸은 솔직했다. 준비되지 않은 만큼 그대로 드러냈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만큼 당차게 달리기로 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는 재즈댄스의 여운이 맴돌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순서를 떠올려 보며 혼자 팔을 움직여 보았다. 몸은 여전히 서툴렀지만, 분명 어제와는 다른 근육이 깨어 있었다. 새로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언제나 신기하다. 그것은 삶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익숙한 나를 잠시 밀어 두고 다른 가능성을 들여오는 조용한 새로움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잘하는 모습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 그 용기 앞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속도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리듬을 놓쳐도 다시 박자를 찾으려는 마음이고, 몸이 보내는 서툰 신호를 끝까지 듣는 것이다.
~~~~~-----==~----ㅈ
새해의 결심이 또다시 흐지부지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알고 있다. 서툴러도 앞으로 나가보겠다는 의지와, 그리고 서툼 속에서도 분명히 배워야겠다는 다짐들. 삶은 늘 완벽한 동작보다 어긋난 박자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내 몸으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