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이제는 안다 세상은 섞여 돌아간다는 것을

by 현월안




머리카락을 살짝만 다듬으려고 미용실에 갔다. 원장과 직원 둘이서 운영하는 동네 미용실이다. 그런데 전에 있던 직원이 아니고 새로운 직원이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 간단한 안부를 묻고는 커트를 할 자리에 앉았다. 원장은 내 눈치를 살짝 살피고는 새로운 직원에게 내 머리 손질을 맡겼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원장의 신뢰가 함께 실려 있었다.



"머리 어떻게 해드릴까요?" 직원이 내게 물었다. "머리 모양 그대로 약간만 다듬어 주세요" 직원은 아마도 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긴장과 조심스러움과 복잡한 마음이 겹겹이 얹혀 있었다. 그는 가위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왔지만, 바로 손을 대지 못했다. 대신 한참 동안 내 머리를 눈으로 자세히 살폈다. 머리카락의 결을 읽고, 방향을 가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직원의 가위질은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일정한 리듬이 아니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호흡이었다. 거울 속에서 그의 손을 보다가, 나는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다. 그에게 괜한 불안을 주기 싫어서였다. 눈을 감으니까 잘린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감각과 가위가 스치는 소리만이 남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체감으로는 꽤 긴 시간이 흘렀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숨을 고르듯, "마음에 드세요?" 하고 내게 물었다. 그 질문에는 결과에 대한 자신감보다,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간절함이 더 묻어 있었다. 나는 거울을 한 번 더 보고,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아주 맘에 들어요" 그 말은 머리 모양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그 직원에게 안심을 주고 싶었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손끝에는 아직 긴장이 남아 있었다. 아마 경험이 많지 않은 직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날, 머리카락보다도 누군가의 시작을 조용히 응원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책임을 다하는 순간과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듣기까지의 그 긴 시간 말이다.



머리카락은 또 자란다. 오늘의 커트가 조금 서툴렀다고 해도, 몇 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또다시 다듬을 기회는 온다. 하지만 누군가의 처음은 그렇지 않다. 한 번 용기를 내어 가위를 들었을 때, 한 번 누군가의 신뢰 위에 서 보았을 때, 그 경험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다음 가위질의 각도를 바꾸고, 손에 힘을 더하고, 속도를 조절하게 만드는 건 그 첫 순간의 기억일 것이다.



그 직원이 내 머리를 자를 수 있었던 건, 미용실 원장이 그를 믿어주었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눈짓 하나로 "해 봐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 원장의 믿음이 있었기에, 그는 가위를 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기다려준 또 하나의 믿음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크고 작은 신뢰가 겹쳐지며 돌아간다. 누군가는 맡기고 누군가는 해 보고, 누군가는 기다린다.



모두가 처음은 서툴다. 능숙해 보이는 사람들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수없이 떨리는 손으로 첫 시도를 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서툼을 견딜 수 있도록 곁에 누군가가 지켜준 것이다. 한 번쯤은 결과보다 과정을 봐주는 사람, 완성도보다 용기를 먼저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시도가 가능해진다.



미용실을 나서며 그 직원을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언젠가는 그의 가위질에서도 망설임이 사라지고, 일정한 리듬의 서걱서걱 소리가 날 것이다. 손놀림에는 여유가 생기고, 질문에는 확신이 실릴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그는 수많은 처음을 지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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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세상이 섞여 돌아간다는 것은, 완벽한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한 발 내딛는 사람과, 그 한 발을 믿어주는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나 처음은 두렵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된다. 서툰 가위질이 언젠가 능숙한 손길이 되듯, 모두의 처음도 그렇게 다음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