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 향기에는 신비가 있다
요즘 봄 기온이 부드럽다. 봄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뀌고 또 봄은 향기로 찾아온다. 눈으로 즐기고 또 온화한 향기로 즐긴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공기 속에서도 어딘가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가 있다. 봄 냄새다. 대지가 오랫동안 품어온 시간의 향기.
이월의 끝자락에서 우리 집은 후리지아가 먼저 집안을 환하게 밝혔다. 후리지아 한아름이면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용히 피어난 노란 꽃잎은 햇빛을 머금은 작은 종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 향기는 은근하게 퍼진다. 가까이 다가온 이에게만 은밀하게 건네는 인사처럼 은은하다. 그다음은 삼월의 수선화다. 차가운 겨울의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한 듯 고요하면서도, 그 안에는 봄을 단단히 품고 있다. 그리고 매화가 온다. 눈 속에서도 피어난다는 매화는 계절의 문을 여는 것처럼 살포시 조용히 세상을 깨운다.
꽃은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피어나지만 하나의 계절을 함께 완성한다. 마치 릴레이처럼 향기를 이어 건네며 대지를 건너간다. 한 꽃이 지면 다른 꽃이 피고, 또 다른 꽃이 그 뒤를 잇는다. 그렇게 봄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 꽃의 순서와 시간 속에서 꽃 향기로 이어진다.
어쩌면 꽃은 봄이라는 시작의 이야기 속에 수많은 꽃의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화가 첫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개나리는 밝고 산뜻함을 알려준다. 벚꽃은 그 위에 흩날리는 여유처럼 내려앉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신비에 취하고 봄을 예찬한다.
대지를 잃어버린 꽃들도 있다. 도시의 화분 속에서 베란다의 작은 흙 위에서 살아가는 꽃들. 그리고 햇빛이 닿는 창가에서 같은 봄을 준비하고, 같은 계절을 향해 꽃잎을 연다. 뿌리가 놓인 장소가 다를 뿐 봄을 맞이하는 시간은 다르지 않다. 계절은 공평하게 찾아온다.
꽃은 향기롭다. 눈부시게 화려한 꽃도 있지만, 대부분의 꽃은 조용하다. 향기를 가지고 바람에 실려 세상으로 천천히 번져 나간다. 그 은은함 속에서 사람들은 마음을 풀어놓는다. 겨우내 굳어 있던 마음의 결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봄꽃의 향기에는 신비가 있다. 그것은 기억을 깨우기도 하고 또 잠시 잊게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살아가며 많은 것을 기억하고 또 잊는다. 꽃은 그 감각을 부드럽게 도와준다. 향기 속에서 또 꽃을 바라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봄꽃의 아쉬움은 그 짧음에 있다. 꽃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늘 잠깐이다. 아침 햇빛 속에서 피어난 꽃이 저녁이 되면 이미 다른 모습이 되어 있는 것처럼, 생은 늘 지나가는 찰나 속에서 빛난다.
지금 남쪽에서 봄꽃 향기가 날아온다. 매화가 먼저 길을 열고, 개나리가 노란 불빛처럼 길가를 밝힌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꽃들이 천천히 북쪽으로 향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향기의 물결이 대지를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봄 꽃 향기는 이미 공기 속에 스며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온기다. 겨울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다는 부드러움이 먼저 마음을 흔든다.
----~~~~-==-~-ㄹ
그래서 준비를 한다. 꽃 맞이 준비를. 향기가 세상을 채우는 순간을. 향기 맞이 준비를. 일 년 내내 이어질 꽃의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서울의 봄은 아직 문턱에 서 있지만, 향기는 이미 길 위에 나와 있다. 봄 볕이 그 걸 전해준다. 이제 꽃을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