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때론 혼자가 된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는 여인이 있다. 말 끝마다 '외로워'라고. 또 그 외로움을 봄을 탄다고 빗대서 말하는 여인.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이 풀리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도, 그 여인의 마음에는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빈자리가 커진다고. 사람들은 그것을 '봄을 탄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계절이 마음을 흔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봄은 생명이 다시 깨어나는 시간이고, 깨어나는 순간 인간은 다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와 함께 있는가.
사람은 많은 군중 속에서도 문득 혼자가 된다. 웃음소리가 잦아든 뒤의 고요 속에서, 하루의 분주함이 모두 지나간 밤의 시간 속에서, 마음 한편에 조용히 피어오르는 것이 외로움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특별히 불행해서 찾아오는 감정이 아닌, 인간이기에 살아 있기에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따라오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안갯속을 혼자 거니는 사람의 마음을 노래했다. 안갯속에서는 가까운 사람조차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삶도 그와 비슷하다. 같은 길을 걷는 듯하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안갯속에서 각자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을 더 외롭게 만든다.
오래된 철학이 조용히 일러준다. 인간은 근심과 함께 태어난다고. 삶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진 정원이라기보다, 슬픔과 번민이 함께 자라는 들판에 가깝다. 사람은 때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앞에서 좌절하고, 몸과 마음이 지칠 만큼 애쓰며 살아간다.
인간의 성장에는 언제나 고요한 외로움이 함께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이 흔들릴 때도 어떤 선택 앞에서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사람은 자기 마음과 마주 앉는다.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삶이기에 나의 내면을 통과해 앞으로 나아간다.
외로움은 인간의 약함이라기보다 인간의 본래 모습이다.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또 완전히 합쳐질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틈 사이에서 생겨나는 감정이 외로움이다. 그러나 또 그 틈이 있기에 서로를 더 소중히 바라본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더 오래 이야기하고, 완전히 가질 수 없기에 더 사랑하려 애쓰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대개는 평범하고 외롭고 쓸쓸한 자리에 놓여 있다. 그 속에는 소소한 위로가 담겨 있다.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이 들어있고 쓸쓸함 속에서도 마음이 깊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눈물을 흘린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연을 마음속에 묻어 두고,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나를 다독이는 법을 알아간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힘, 어쩜 그 힘이 삶을 살게 하는지도.
외로움을 견디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힘이다. 세상이 잠잠해지고 아무도 곁에 없는 순간에도, 스스로의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질 수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위로가 닿지 않는 밤에도 나의 마음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다시 내일을 향해 갈 수 있다.
삶은 수고로움과 고통과 그리고 외로움 속에 사는 일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통과한 이의 눈빛에는 더 깊은 이해가 생기고, 슬픔을 견딘 마음에는 더 따순 온기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외로움은 더 사람답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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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저마다의 안갯속에서 홀로 걸어가면서도 서로의 불빛을 바라보며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조용한 동행 속에서 안다. 외로움은 삶의 결핍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깊은 감각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