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 한 송이의 진심

꽃은 아름다움이 잠시라는 것을 알려준다

by 현월안




기념일이거나 마음을 전할 때 꽃을 건넨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기쁨의 순간에도, 깊은 슬픔의 자리에서도 꽃이 있다. 축하의 자리에는 화사한 꽃다발이 놓이고, 애도의 자리에는 조용히 국화 한 송이가 놓인다. 꽃은 말보다 침묵보다 따뜻하게 마음을 건넨다.



꽃의 아름다움은 고귀하다. 꽃은 짧게 피고 사라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래 머무르지 않는 아름다움이기에 더 애틋하고, 더 진심처럼 느껴진다.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없기에 그 순간의 마음을 표현하려 애쓴다. 꽃은 그 순간을 담아 건네는 마음의 의미이다.



신화 속에서도 꽃은 사랑의 언어였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꽃을 선물했다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튤립과 장미는 지금도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다. 꽃은 말이 없지만 색과 향기로 감정을 전한다. 붉은색은 열정을, 흰색은 순수를, 은은한 향기는 조용한 위로를 대신한다.



국화는 진심을 담은 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화는 애도의 자리에서 자주 만난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 사이에서 국화는 차분하다. 화려함 대신 담담함을 지닌 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국화는 말없이 마음을 대신한다. 슬픔을 과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는 순수처럼 보인다.



요즘 들어 청첩장과 부고가 부쩍 늘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삶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인생의 두 장면이 묘하게 교차한다. 사람들은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전하고, 때로는 화환을 보낸다.



요즘 장례식장이나 행사장에 놓인 화환을 보면 모두 조화다. 대부분의 꽃이 조화로 만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도록 형태를 유지하도록 만든 꽃들이다. 그저 실용적인 선택이고 시들지 않으니 관리도 쉽고 경제적일 것이다.



얼마 전 지인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한 송이씩 올려놓는 국화마저 조화라서 깜짝 놀랐다. 그 국화를 보고는 이상한 감정이 스쳤다. 꽃은 국화꽃의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없는 듯한.



꽃이 시든다는 사실은 사실 불편한 일이다. 며칠 지나면 꽃잎이 떨어지고, 물을 갈아주어야 하고 결국은 버려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 짧은 시간 때문에 꽃은 더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꽃이 피고 지는 시간 속에서 어쩌면 인간 삶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꽃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이 잠시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 순간이 더 화려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조화는 그 시간을 지워버린다. 시들지 않기에 아쉬움도 없고, 돌볼 필요도 없다. 어쩌면 점점 그런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래 유지되고 번거롭지 않고, 경제적인 것들. 효율은 높지만 마음이 머물 자리는 조금씩 줄어드는 방식이다.



가끔 집에 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오면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작은 변화가 생긴다. 꽃병에 꽂힌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무심코 미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꽃은 집 안의 공기를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효율로 계산하며 살고 있다. 시간도 관계도 감정도 때로는 계산의 대상이 된다. 그 속에서 꽃처럼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 것들은 점점 자리를 잃어 간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대개 그런 것들이다. 오래 남지 않지만 깊이 남는 것들. 짧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



꽃을 바라볼 때 사람의 얼굴에 생기는 미소는 아마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은 인간에게 말을 걸지 않지만, 그 꽃을 보며 마음을 잠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조금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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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꽃을 주고받아 온 오랜 이유도, 꽃을 건네는 순간도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라고. 세상이 점점 효율적이고 단단해질수록 꽃은 더 필요해진다. 쉽게 시들고 오래 남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득 삶에서 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꽃을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